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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그룹 일제히 시무식 "뼈저린 반성·새출발 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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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뼈저린 자기 반성 없이 새 출발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과거의 잘못된 생각으로부터 하루 속히 벗어나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꿔야 한다. "

3일 주요 그룹들은 98년 시무식을 갖고 전례 없이 과거 경영방식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촉구한뒤 '기업생존' 을 위한 결연한 새 출발을 다짐했다.

시무식장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총수들의 음성은 무거웠고 입술을 굳게 다문 임직원들에게서는 비장한 각오가 넘쳐흘렀다.

총수들은 의례적인 말이나 덕담을 일절 생략한채 "올해 경영환경이 어느때보다 가혹할 것" 이라고 강조하고 ▶구조조정 단행 ▶수출 확대 ▶현금흐름 및 부가가치 중시 경영 등을 천명했다.

삼성 이건희 (李健熙) 회장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서울 지역 임원 8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무식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업구조 혁신의 성과를 이루겠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또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경제파탄에 대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시무식이 열린 30여분동안 대부분의 참석 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이들을 격려했다.

현대 정몽구 (鄭夢九) 회장은 같은 날 서울 계동 본사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수출확대라고 밝히고 ▶총력 수출체제 구축 ▶사외이사제 확대 등을 통한 투명경영 확립 ▶협력기업과의 돈독한 협력체제를 강조했다.

이날 시무식에 앞서 오전 7시40분쯤 열린 사장단 회의에는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이 2년만에 처음으로 참석해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 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선경그룹은 시무식 경비를 아끼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그룹단위의 시무식을 갖지 않은채 회장 신년사만을 사내 신문 등을 통해 전하고 계열사별 사정에 따라 시무식을 치르도록 했다.

대우 관계자는 "시무식 행사에 들어가는 시간.인력 등의 비용을 없애기 위해 올해 처음 그룹 시무식을 갖지 않았다" 며 "30개 계열사 가운데 11개는 자체 시무식도 갖지 않기로 했다" 고 말했다.

선경그룹 최종현 (崔鍾賢)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각오하자" 고 당부했다.

동부그룹의 김준기 (金俊起) 회장은 시무식 신년사에서 "기업들은 방만한 경영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며 "금년에는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고 말했다.

한편 LG.쌍용.한진그룹 등은 5일 시무식을 갖는다.

이영렬.양선희.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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