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 세계최고…작년 한해 엔·마르크도 11∼14% 가치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97년은 미국 달러화가 전 세계의 통화를 굴복시킨 한해였다.

달러의 막강해진 위력은 몇몇 상품의 가격을 따져볼 때 분명해진다.

환전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96년말 10만마르크 (약 9천4백만원) 짜리 독일제 벤츠 S280 승용차는 미국 돈으로 약 6만5천달러였다.

하지만 지난해말이라면 9천3백달러나 싼 5만5천7백달러에 살 수 있다.

또 10만엔짜리 소니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DVD) 플레이어는 8백63달러에서 7백65달러로 떨어졌다.

미 달러화와 경쟁관계에 있는 엔.마르크화 등 주요 통화는 지난 1년간 달러화에 대해 11~14%씩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동구권 국가들은 20%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연 3%대의 성장률을 보인 영국 파운드화와 캐나다달러는 미 달러에 대해 각각 3.6%, 4.2%만 떨어지는 우수한 (?) 성적을 거뒀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는 홍콩.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통화가치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아시아권에서 싱가포르.대만달러의 가치는 16% 떨어졌으나 필리핀.말레이시아는 35%가량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지원을 받게 된 태국.인도네시아 통화는 달러화에 대해 46% 폭락했다.

특히 한국의 원화 가치는 1년간 달러화에 대해 50.1%나 폭락, 뉴욕 외환시장이 환율을 발표하는 55개국 통화중 '하락률 1위' 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달러화 강세는 미 경제의 활황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해 미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3.8%로 추정돼 다른 선진국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또 지난 한햇동안 S&P500지수 기준으로 31%나 오른 뉴욕 증시의 강세도 달러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더욱이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달러화의 국제적 신뢰도는 크게 높아졌다.

달러화가 올해도 강세를 보일 지는 불확실하다.

달러화 강세로 미 무역적자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올해 미 경제도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아시아 금융위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달러 강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나 미.일.독일의 중앙은행들의 금리.환율정책 역시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