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서울대교수 '한국경제 살리는 길'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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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동성 (趙東成) 서울대교수는 최근 서울국제포럼 (회장 金瓊元)에서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 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다음은 주요 강연내용 요약.

국제통화기금 (IMF)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한 11월21일 이후 한국 국민들은 국가파산이라는 미증유의 사태 가능성을 목전에 둔채 충격과 좌절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왔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IMF 긴급융자가 한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초기지원자금으로 발등의 불을 끈후 IMF 요구대로 정부의 외환.금융.기업.산업관련정책을 시장경제원리에 보다 가깝게 전환해 나가야 한다.

이와함께 한국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단계적으로 개선되도록 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해 해외 금융기관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런 조치중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역시 한국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이다.

설사 국가부도를 면한다해도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장래는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평균적인 한국기업들이 해외은행으로부터 자신의 재무구조만을 가지고 차관을 얻을 수 있으려면 평균 4백60%선인 부채비율을 최소한 1백50~2백%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외국 금융기관이 정부 지급보증 없이 한국기업에 신규 융자나 만기가 된 기존 채무의 연장을 해줄 리가 없다.

이 문제의 해결책중 첫째는 해외자본가가 국내기업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IMF이행사항으로 해외 자본가가 5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개인재산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확실하게, 해외자본의 도움 없이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길이다.

셋째는 기업, 특히 재벌그룹에서 스스로 자구책을 모색하는 길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사업구조를 조정하는 것이다.

수익을 내면서도 주력업종이 아닌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주력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수익이 안나는 계열사를 내놓아야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구조조정의 의미도 없다.

이와함께 재벌그룹간에 전자와 화학부문, 자동차와 조선등 산업별 특화가 가능하도록 대규모 교환을 통한 흡수합병이 일어나야 한다.

넷째는 부실화된 기업에 대해 장기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이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시키는 길이다.

이 방법은 은행입장에서는 이자는 물론 원금상환마저도 불안한 융자금 대신 쥐꼬리만한 배당금밖에 없는, 그것도 회사가 흑자로 전환한 후에나 가능한 주식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기업주 역시 경영권을 뺏긴다는 점에서 내키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나 가장 단기간에 기업채무를 투자로 전환하는 방법은 이길 밖에 없다.

이상 네가지 방법중에 세번째 방법은 기업들이 즉각 시행해야할 과제이다.

그러나 가장 효과가 확실한 방법은 넷째, 즉 정부가 주거래은행을 통해 상장기업중 부도처리된 기업의 융자금을 투자로 전환하는 길이다.

한국경제가 오늘의 난관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과제는 한시바삐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여 해외금융기관이 정부지원 없이도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융자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번 기회를 한국경제가 선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자.

정리 =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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