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퇴임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 찾은 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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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요.
그렇지 않고 모든 걸 기억하면 정말 문제지요.
그러나 때로는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특히 '사람'을 잊지 않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을 잘 챙긴다',
약간의 부정적 뉘앙스를 넣으면 '사람을 잘 관리한다'가 되겠지요.

세계의 대통령 자리에 해당할
미국 대통령에서 물러난 조지 W 부시가
퇴임 후 처음 찾은 나라가 바로 중국이네요.

지난 18일 중국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열린
2009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기념 만찬 연설을 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새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일커수 일투족을 보고 있을 때
중국은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해 그의 말을 듣고 또 그의 재임 시
중미 관계를 위해 애쓴 그의 노고를 치하하는 '통 큰' 자세를 보였습니다.

중국의 행동에 계산이 깔려 있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중국처럼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은 전통처럼 퇴임한 외국의 주요 인물들을 잘도 초청합니다.
그런 대표적인 기관이 중국인민외교학회일 것입니다.
딱딱한 정부 차원의 행사로 처리하기 보다는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인민외교학회를 내세워 일을 추진합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전직 총리와 전직 장관들 중에서도 아마 상당수 인사들이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숙소로는 요리가 특히 맛있다는
자금성과 베이징호텔 사이에 낀 '귀빈루(貴賓樓)' 호텔이 이용되구요.
중국은 초청할 때 어떤 부담도 주지 않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구경하고 싶은 곳 둘러보라며, 수행원을 보내 일정을 챙기지요.

돈이 들겠지만
중국은 남는 장사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재임 시 폼 좀 잡던 부시도 보아오에 와서는
"퇴임한 대통령을 이처럼 예우해줘 고맙다"며 감격해 했다는 후문입니다.

부시가 대통령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인맥과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 또한 넓고 깊을 것입니다.
중국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구요.

아마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온 많은 한국의 고위급 인사들도
친중파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반중파는 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여러 '수' 중 '퇴임 지도자를 챙겨라'가
오늘 우리가 배우고 익혀 써 먹어야 할 한 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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