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사료값 폭등으로 "팔고 보자"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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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제통화기금 (IMF) 여파로 사료값이 폭등하자 경영난에 시달리던 제주도내 양돈농가들이 사육중인 돼지를 도축용으로 대거 출하, 양돈 유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축협은 29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한시적으로 돼지고기 판매가격을 15~20%까지 내리는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북제주군애월읍어음리등 도내 축산물공판장에는 사육두수를 줄이려는 양돈농가들이 돼지를 팔려고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곳의 하루 최대 도축량은 1천2백50마리에 불과하지만 지난 16일이후 도축량을 초과한 1천3백마리 이상이 반입되고 있다.

제주축협 관계자는 "도내 하루 소비량 8백마리보다 훨씬 많은 돼지가 도축돼 가격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밝혔다.

이처럼 양돈농가들이 갑자기 돼지 사육두수를 줄이려는 것은 축산사료 값이 한달사이에 평균 38%나 올라 사육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협은 인력과 설비를 최대한 이용해 도축에 나서고 있으나 양돈농가들은 계약두수보다 많은 돼지를 축산물공판장에 내놓고 있어 긴급 출하조절에 나섰다.

축협은 29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돼지고기 소비촉진을 위해 도내 14개 축협판매장들은 내년 1월15일까지 부위별로 15~20% 할인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축협은 부위별 ㎏당 판매가격을 ▶삼겹살 6천5백원에서 5천5백원 ▶목심 6천원에서 5천원 ▶갈비 5천5백원에서 4천7백원 ▶등심 4천원에서 3천5백원등으로 각각 내렸다.

축협이 한시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내린 것은 소비촉진에도 이유가 있지만 내년 2월이후에는 사료값이 반영돼 돼지고기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양돈농가들의 홍수출하는 사료값 인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 이라며 "사육두수가 줄어들고 사료값이 돼지고기값에 반영되면 수요와 공급기능이 정상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제주 = 고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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