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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후원금 중단·등록금 동결·실험자재 부족 3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신의약품개발연구센터는 연초에 이온주입기.전자현미경 등 수십만달러어치의 고가 연구장비를 들여오기로 계약했으나 환율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도입이 연기돼 연구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재단의 수익사업과 재학생 등록금으로 근근이 학교살림을 운영해 온 서울 A대는 최근 극심한 자금난으로 두달째 교직원들의 봉급을 주지 못한데다 내년에는 등록금까지 올릴 수 없어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최근 D그룹 S장학재단으로부터 '매학기 재학생들에게 지급하던 추천장학금을 내년부터 중단할 수밖에 없다' 는 통보를 받고 장학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닥치면서 주요 대학이 ▶휴학생 증가와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자금난▶실험기자재 도입 중단에 따른 연구차질▶외부재단의 재정지원 중단 등 3중고 (三重苦) 를 겪고 있다.

29일 현재 내년도 신입생.재학생의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대학은 고려대.숙명여대.덕성여대.서울여대.경기대 등이고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성균관대 등도 등록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직원 월급을 동결하고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고려대는 내년에 국제관 건립 등 공사비만 7백억원을 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중이지만 휴학생이 20% 가까이 돼 등록금수입이 제한된데다 교수 신규충원으로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어서 재원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세대도 대기업이나 외부재단이 재정지원에 난색을 표시한데다 세계은행 (IBRD)에서 차입한 차관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기자재와 실험기구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의대에서는 환율폭등에 따라 수입이 안되는 바람에 수술용 장갑 등을 소독한 뒤 재사용하고 있고, 이공대에서는 시약이 모자라 실험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고 있다.

정제원.최재희.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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