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종군위안부 강제 징집 뒷받침 판결문 9건 국내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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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종군위안부 강제징집 사실을 퍼뜨린 조선인을 형사 처벌했음을 보여주는 판결문. [연합]

일제시대 일본군이 조선인 부녀자 현황을 파악해 종군위안부를 강제로 징집했음을 뒷받침해 주는 기록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조선총독부는 종군위안부 징집 사실을 퍼뜨리고 다니는 조선인들을 '유언비어 유포'라며 처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록원은 2일 갑오경장 이후 일제시대까지 판결문 45만건을 최근 새로 분류해 정리하는 과정에서 위안부 모집 상황 등을 가늠케 하는 판결문 9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38년 10월 7일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이 송명심(당시 43세.여.영암군 덕진면 장선리)씨에 대해 내린 판결문에는 송씨가 동네 부녀자 현황을 조사하는 마을 구장(현재의 이장에 해당)에게 "무슨 까닭으로 조사표에 내 딸을 기재했느냐"며 "황군 위문을 위해 12세 이상 40세 이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에 보낸다고 하는데 이번 조사도 그것 때문이냐"고 따진 것으로 돼 있다. 결국 송씨는 기소돼 유언비어 유포로 금고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1941년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는 경북 영천군에서 주류판매업을 하는 하차기씨가 이웃 주민에게 "최근 당국이 처녀를 모집해 전쟁 중인 일본군 장병을 위해 취사나 위안을 시키려는 계획이 있으니 빨리 딸을 결혼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금고 4개월의 실형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 밖에 대구지방법원의 정옥분씨,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의 영막동.한만옥.이운선.백용갑.주장옥.조남순씨 등의 판결문이 나왔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구장 등이 부녀자 현황을 조사했다는 조선인의 발언을 담은 판결문은 종군위안부 징집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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