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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박물관 1호 보물 ⑧ 가천박물관 ‘초조본 유가사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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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국보(國寶)도 지역 편중이 심합니다. 310호까지 지정된 국보 절반이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4월 2일자 W12면 뉴스클립 ‘국보 이야기’). 제주도에는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한 건도 없습니다. 인천은 국보 한 점을 소장해 꼴찌를 면했는데요. 바로 가천박물관에 있는 국보 제276호 ‘초조본 유가사지론(初雕本瑜伽師地論) 권 53’입니다.

고려 11세기, 닥나무 종이, 세로 28.4㎝, 총장 14m.

11세기 고려 현종(재위 1009~1031) 대에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판각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을 ‘초조대장경’이라고 합니다. 그에 속하는 ‘초조본 대장경유가사지론’ 전100권 중 53번째 책이 가천박물관의 보물입니다. ‘유가사지론’은 ‘어떤 사물과 현상도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을 설하는 경전입니다. 총 24장의 목판을 종이에 각각 찍은 뒤 연결해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이 책은 펼치면 총 길이가 14m에 달합니다.

훗날 몽고의 침입에 맞서 간행된 대장경은 재조본(再雕本)이라고 하는데요, 바로 해인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판본입니다. 초조본은 재조본에 비해 200년 가량 앞섭니다. 이 책은 가천길재단 이길여(77) 회장이 1970년대에 구입한 고서 1만여 권 중 하나입니다. 재단에서 90년대 들어 자료를 정리하던 중 이 문화재를 발굴해 1993년 국보로 지정받습니다. 국보를 비롯한 소장 고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95년 가천박물관까지 설립하게 되었답니다.

이경희 기자

◆가천박물관(www.gcmuseum.org)=의학전문박물관. 전통의학에서 근대의학을 아우르는 서적·의료기기는 물론 국보·보물급 문화재 14점과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각종 잡지의 창간호(9300여 점) 등 3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 무료관람. 032-833-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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