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6개월 둥젠화의 하루…'세븐 일레븐' 격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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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에서 가장 매력있는 남성은 누구일까. 지난 11월 홍콩 패션잡지 엘르는 이같은 주제로 독자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미남배우 저우런파 (周潤發) 도, 영화감독 왕자웨이 (王家衛) 도 아닌 60세의 노신사가 1위로 뽑혔다.

바로 행정장관 둥젠화 (董建華) 다.

오직 성실 하나로 6백30만 홍콩인들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우직함이 평가받은 것이다.

주권 이양후 6개월동안 그는 정신없이 달려왔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일국양제 (一國兩制) 실험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릴까 언제나 조바심이 앞섰다.

주택과 노인문제, 민정시찰, 신종 살인독감과의 전쟁, 홍콩 정치판 다시 짜기 등 내부문제를 비롯해 중국 당국과의 원만한 관계유지 등 쉬운 일이 없었다.

반환전 오전7시에서 오후11시까지 일한다고 해서 '7 to 11' 이라 불렸던 그는 반환후의 현재는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세븐 일레븐과 같이 불철주야로 일한다고 해서 아예 '7 - 11' 으로 불린다.

지난 9일 업무보고차 중국을 방문한 그는 장쩌민 (江澤民) 주석과 리펑 (李鵬) 총리, 주룽지 (朱鎔基) 부총리 등 실세들로부터 하나같이 "건강 괜찮으냐" 는 질문을 받았다.

이달초 한 행사에서 실족, 넘어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순한 실수였지만 이 사건은 그동안 격무로 일관해온 그의 건강을 되짚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朱부총리는 반환전 董의 사진을 현재 모습과 비교해보곤 6개월동안 머리가 회색에서 아예 하얗게 샜다며 혀를 찼다.

홍콩 언론들 또한 董을 '하와이로 휴가를 보내야 한다' '공개행사 참가를 줄여라' '웬만한 일은 아랫사람들에게 맡겨라' '새벽의 태극권 운동을 다시 시작하라' 는 등 董의 건강을 위한 각종 제안으로 갑론을박할 정도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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