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어정쩡한 '연착륙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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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정부가 뒤늦게 연착륙 방안을 내놨다.

택지공급을 늘리고, 중산층용 중형 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등 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다.

그동안 강력한 수요 억제정책으로 일관해 오다 건설 경기가 얼어붙자 부분적인 공급확대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수요는 묶어둔 채 공급만 늘릴 경우 건설경기는 살리지 못한 채 미분양 물량만 늘어날 우려가 제기됐다.

◇고민 많은 부동산대책=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급격히 위축된 건설 경기는 올 들어선 아예 얼어붙다시피 됐다.

건축 수주량은 5월에만 24% 줄었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7.6%였던 건설투자 증가율이 올해 1.5%로 급락하고 내년 이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판에 국내총생산(GDP)의 17.5%를 차지하는 건설투자가 이렇게 줄면 경기 되살리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는 무엇보다 고용과 직결돼 있다. 건설경기의 급격한 위축은 곧바로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대책을 준비해 왔으나 투기를 막겠다는 의지가 꺾인 게 아니냐는 안팎의 지적 때문에 발표가 늦어졌다.

대책도 그래서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이 아니라 '연착륙 대책'이 됐다.

◇주요 내용=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주택거래신고지역 등 투기억제 제도는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하반기 이후 탄력 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분양권 전매 제한 등 투기억제 제도를 완화할 가능성은 아직 작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보다 주택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당초 1300만평으로 예정했던 올해 공공택지 공급 규모를 1800만평으로 늘렸다.

관리지역(옛 준농림.준도시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을 현행 30만㎡에서 10만㎡로 낮췄다.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18평 이하 분양 아파트와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는 현실화해주기로 했다. 또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는 중형(85~149㎡) 임대 아파트를 내년부터 연간 1만~2만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 중 5%가 중형 임대아파트 용지로 공급된다.

◇뭐가 문젠가=최근의 건설경기 침체가 수요 억제정책에서 비롯됐는데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과도하거나 중복된 규제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건교부 관계자는 "자칫 경기가 급격히 과열될 수 있어 수요억제 정책의 근간은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만으로 연착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마구잡이 개발을 막겠다고 기준을 높였던 관리지역 내 아파트 개발 최소 면적은 신규 택지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1년6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특히 이번 대책은 대부분 내년 초에나 시행될 예정이어서 하반기에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지적됐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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