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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失政자료' 파기 논란…경부고속철보고서·김대중파일·대북문건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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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의 대통령직 인수작업을 앞두고 일부 정부부처와 기관들이 부실정책 입안과정과 예산낭비 사례 등과 관련한 자료들을 파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공안기관들은 대선을 전후해 수집.축적된 金당선자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과 재야인사에 대한 파일을 이미 없앴거나 없애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9일 정부 모든 부처에 이종찬 (李鍾贊) 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결재문서는 물론 정책 리포트.회의자료 등 모든 공문서의 파기를 중단시켰다.

동시에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가능한한 모든 공직인사를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수위원은 27일 "일부 기관이 대선후 金당선자 파일은 물론 정권 안보용의 대북 (對北) 비공식 협상 전말, 경제부처 쪽에서는 경부고속철도 등 문제사업의 진상보고서를 파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또다른 위원은 국책사업 및 특정 정치인.기업인에 대한 금융 및 세무자료 등에 대한 관련부처의 문서파기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며 조만간 확인작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북관계 자료는 그간 베이징 (北京) 등 해외에서 정보기관측 인사와 북측 인사가 접촉해 한국내 정치에 작용하려 한 사례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일부 공작은 대부분의 과정에 대한 서류를 말소하고 결론만 간략하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가 파악하고 있는 문서파기 사례는 이밖에도 재야 인사 1백여명에 대한 정기적 동향파악 보고서와 방위력 강화산업 선정과정의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 보고서, 정부투자기관 민영화 사업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金당선자측 한 인사는 "金당선자가 26일 권영해 (權寧海) 안기부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독대한 자리에서 金당선자 파일의 일부 파기를 문제삼은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한편 27일 인수위원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국가기록의 근거없는 폐기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이해찬 (李海瓚) 정책분과 간사는 "정부가 생산한 문서는 보존기한을 지켜야 한다" 며 "이를 지키지 않고 임의 폐기처분하면 불법" 이라고 지적했다.

李간사는 "정권 인수.인계는 필요한 것만 골라 하는 게 아니며 이런 차원에서 현 정부의 비리.비정 (秕政) 을 입증할 문서를 폐기한 증거가 잡히면 사법 대응하겠다" 고 경고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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