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내우외환'…일제자동차 직상륙 앞두고 만도사태로 생산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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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자동차업계가 강도높은 내우외환 (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외환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달러 긴급수혈의 대가로 수입선다변화가 훨씬 빨리 해제돼 일제차와의 싸움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온데다 23일부터의 만도기계 가동중단이 현대.기아.쌍용자동차 등의 생산활동을 사실상 전면 마비시킨 때문이다.

25일 국제통화기금 (IMF) 등이 1백억달러를 조기지원키로 함으로써 정부는 99년말로 예정된 수입선다변화제도 완전폐지를 99년 6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차의 한국상륙이 앞당겨지자 업계는 내년도 신차출시 계획을 재조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는 등 일제차 비상에 들어갔다.

내년부터 수입규제가 풀리는 일제차는 일단 배기량 1천㏄이하 경승용차와 소형지프 등이지만 이들 차종이 국내 수요가 많지 않고 국산차가 경쟁력을 갖고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형.중형.소형 승용차와 중.대형 지프 및 상용차 등 일본차가 경쟁력이 있는 품목들이 앞당겨 수입제한에서 풀려나면 국산차와의 경쟁양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신차 출시계획은 원래 삼성자동차 등 국내경쟁사의 신차출시에 대응해 짰으나 일본차 수입이 예정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고 이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우자동차도 내년도 미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일본차 조기유입에 따른 국내시장 점유율 확보책에 비중을 두고 마케팅 전략을 새로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금난이 심각한 만도기계가 협력업체들의 현금결제 요구에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23일부터 부품생산을 중단하자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도 줄줄이 공장가동을 중단, 국내 자동차 생산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만도기계는 에어컨.브레이크.전장품 등 자동차 생산의 핵심부품을 이들 업체에 공급해왔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의 만도기계 의존도는 상당히 크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24일부터 각각 전주공장의 상용차 라인과 아산만공장의 크레도스 라인을 제외한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쌍용도 24일부터 모든 라인을 중단했고 대우의 티코 생산라인도 다음주부터 중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만도가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을 계속 못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의 생산이 언제 재개될지도 미지수다.

특히 만도기계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인수.합병이 거론되면서 국내 업계의 생산기밀 등이 외국 경쟁사에 노출된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만도기계측은 최근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 (GM).독일의 보쉬 등 세계 유수업체들로부터 인수.합병과 관련한 정보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 송병준 (宋秉俊) 기계산업 연구실장은 "외국업체가 만도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업계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자동차산업 전체의 운신에 큰 불편을 주게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감원 및 감봉.유가인상 등으로 내년 내수시장은 더 위축될 전망인데다 수입선다변화 조기해제로 일본차 유입이 확대되고, 해외사업마저 차질가능성이 커 최대의 내우외환을 맞을 것" 이라 내다보고 있다.

박영수·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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