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비싼 요금제, 디지털 노마드 발목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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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휴대전화로 통화만 하는 사람들한테는 생소하겠지만 텍스트나 동영상·인터넷 같은 데이터 서비스를 받은 뒤 내는 데이터 요금이 있다. 이 요금 제도가 사용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시대로 가는데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고성능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일반 휴대전화도 무선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일이 잦아지는 가운데 이통 3사가 휴대전화 인터넷에 2중 3중의 제약을 걸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요금이 비싸다=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의 대표적인 데이터 정액 요금제인 ‘데이터퍼펙트’는 음성통화 요금에 월 1만원을 추가하면 10만원어치까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0.5KB당 동영상 0.9원, 웹서핑 1.5원을 부과한다. 10만원어치라 봐야 동영상 50메가바이트(MB) 분량 남짓 보거나 MP3 파일 10개만 내려받으면 소진되고 만다.

인터넷에선 “유튜브에서 축구스타 박지성의 경기 동영상을 10분쯤 봤더니 한 달치 한도가 끝나버리더라”는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10만원어치의 데이터를 다 쓰면 모바일 뱅킹과 네이트온 메신저, 멀티미디어메시지(MMS)처럼 수시로 필요한 서비스를 쓸 수 없게 된다. 한 네티즌은 “월 3500원을 따로 내고 무제한 네이트온 사용을 신청했는데도 데이터 퍼펙트 한도를 다 썼다고 나머지 서비스가 정지됐다”고 말했다.

데이터 정액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으면 무선인터넷 사용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냥 1기가바이트(GB) 용량의 무선 인터넷을 쓸 경우 웹서핑을 하면 300만원, 동영상을 보면 180만원의 요금이 나온다. 네티즌들은 “데이터 요금을 비싸게 책정한 뒤 정액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복잡한 요금제=데이터 요금제가 금세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미국 AT&T에 애플의 ‘아이폰’으로 가입하면 세 가지의 전용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월 69.99달러의 가장 싼 요금을 선택하면 월 450분의 기본 통화 시간을 준다. 야간과 주말 통화, 데이터 통신은 모두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편하게 쓰려면 음성통화 요금제에다 데이터 요금제는 물론 인터넷 직접접속 요금제까지 가입해야 한다.

KTF의 경우 월 5000원으로 2만원어치의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쇼 범국민 데이터 요금제’에 월 1만2000원부터 시작되는 ‘아이플러그 정액제’에 가입해야 한다. 음성 통화와 통신사 제공 콘텐트, 인터넷 이용에 대한 요금을 따로따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통업계 대책 부심=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이 비싸고 쓰기 불편하다는 여론에 이통 업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기존 데이터 요금은 물론 정보이용료까지 통합해 일정 금액을 내면 마음껏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신개념 데이터 정액요금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을 개방할 경우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이통사의 음성통화 대신 요금이 거의 공짜 수준인 ‘모바일 인터넷전화(VoIP)’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입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저렴하고 선택폭이 넓은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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