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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직업상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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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팀장은 직업상담사다. 민간 헤드헌팅 회사와 대학 취업지원실, 한국고용정보원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청장년상담알선팀장으로 일한다. 2000년 직업상담사 일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외환위기 실직자부터 대졸 미취업자까지 수천 명을 상담했다.

상대방 마음 여는 노하우 갖춰야

직업상담사는 ‘일자리 선생님’이다. 구직자에게 진로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소개해 준다. 적성 개발부터 경력 관리에 이르기까지 컨설팅도 해준다. 어떤 직업이 해당 구직자에게 최적인지를 맞춤 서비스해주는 직업인 셈이다. 구직자에게 밥줄이나 다름없는 직업을 컨설팅하는 일이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상담의 기본은 듣는 것이지만 직업상담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업상담사 15명에게 상담사로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냐고 물었더니, 60%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꼽았다. 최영숙 팀장은 “취업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며 “연간 수입의 20% 이상은 컨설팅 교육을 받거나 독서를 하는 등 자기계발에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직업상담사는 친구처럼 다가가 구직자의 마음을 여는 노하우도 갖춰야 한다.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선 구직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직자 입장에서 털어놓기 껄끄러울 수 있는 집안 사정이나 이력도 편안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상담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산업인력공단서 매년 자격증 시험

상담 업무를 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심리학·교육학·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게 유리하다. 상담 현장에서 자원봉사 경험을 쌓으면 도움이 된다. 인크루트 조사에 응한 직업상담사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직업상담사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관련 업종 종사 경험’을 들었다. 학력이나 전공, 외국어 능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접해 보고 구직자들의 특성에 맞게 직업을 알선해 본 경험이 있어야 상담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직업상담사가 되는 방법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매년 직업상담사 자격증 시험을 실시한다. 반드시 자격증이 있어야 직업상담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에 유리하다. 취업 대상 업체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나 인력은행 등 전국 19개 국립 직업안정기관과 민간 직업소개소 등이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도 상담사 24명이 일하고 있다. 노동부는 직업상담원 채용 시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할 방침이다.

자격증 취득이 쉽지는 않다. 최근 5년간 1, 2급 직업상담사 합격률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 자격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뉜다. 필기시험은 직업상담ㆍ심리학ㆍ직업정보론ㆍ노동관계 법규 과목 객관식 100문항을 2시간30분 동안 푼다. 실기는 직업상담 실무를 평가하는 필답형 시험으로 2급은 2시간30분 동안, 1급은 4시간 동안 치러진다. 필기에서 과목별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고 실기에서 60점 이상이면 자격증을 딴다.

최근에는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진 데다 구직의 개념이 ‘평생직장’을 구하는 데서 ‘평생직업’을 찾는 식으로 바뀌면서 직업상담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직업 컨설팅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직ㆍ전직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구직자 수는 2004년 111만3000명에서 지난해 209만4000명으로 늘었다. 직업상담사에게는 불황이 호황인 셈이다.

김기환 기자

자료 협조:인크루트 www.incruit.com

선배 한마디 성명숙 컨설턴트

취업난이 오히려 기회
구직자 애절함 살펴야

성명숙(46·여·사진) 수석 컨설턴트는 “남의 운명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직업상담사는 ‘점쟁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2005년 직업상담사 1급 자격증을 딴 18명 중 한 명이다. 서울 관악고용지원센터에 파견돼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구직자에게 직업보다 간절한 것은 없다. 한마디 한마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상담을 통해 구직자를 좋은 길로 안내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기본이다.”

-장단점은.

“자아 실현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자신의 노후에 대해 누구보다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낮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게 단점이다.”

-기억에 남는 구직자는.

“8년 전 40대 중반 여성이 경리 업무라도 하고 싶다며 찾아온 적이 있다. 결국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사무원으로 취업했는데 처음에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다루지 못해 고생했다. 엑셀 프로그램을 직접 가르쳐 주며 경리 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흥미를 갖고 일하더니 4년 만에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땄고 현재는 청담동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스스럼없이 연락하며 지낸다.”

-자격증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2005년에는 103명이 지원했고 18명이 최종 합격했다. 2차 시험(실기)에서 많이 떨어진다. 주관식 시험에는 답이 없다. 답에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 예를 들어 직업 윤리관에 대해 묻는다면 수험서에 나와 있는 윤리강령을 그대로 쓰기보다 자신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직업의 전망은.

“지난해부터 관악고용지원센터에서 취업희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가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취업난 시대에 더욱 빛나는 직업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을 하소연하기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구직자를 보며 상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더구나 현대인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심리적인 부분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지망생에게 한마디.

“직업상담사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상담할 수 없다. 스스로와 대화하는 데서 직업상담이 시작된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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