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문화대통령'정책 배려 기대…영화·연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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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DJ를 향한 연극.영화계의 시선이 남다르다.

'우리 편' 이라는 것이다.

우리 편? 연극진흥.영화중흥을 논할 때 그래도 관심을 기울여 줬다는 것이다.

연극.영화계는 그것이 야당的 자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 (遠因)에는 DJ의 문화식견이 '있다' 라고 생각한다.

DJ는 실제로 공연장을 이따금 찾았고, 심의철폐 등 자못 진보적인 소견을 밝혀 왔다.

DJ는 연극.영화계와 어느 만큼 친한가.

그들이 DJ에게 기대를 걸게 한 몇가지 사연을 소개한다.

○영화

부산영화제가 열린 지난10월. DJ가 김한길.최명길 부부 등과 함께 개막식장에 나타났다.

물론 표를 의식한 행차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상에 오르지 않고 객석과 뒷자리의 스탭들을 격려할 뿐이었다.

다음날 DJ는 영화인들과 조찬간담회를 마련했다.

화제는 국민회의에서 내놓은 영화진흥정책안. 이미 일선 영화인들과 교감을 거친 안이었다.

자연 분위기가 훈훈했다.

이번 대선에서 영화인들의 다수가 DJ지지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에 관심을 더 보인 쪽이 DJ였기 때문이다.

지난봄 우리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열린 시민영화축제에도 정치인으로는 DJ가 거의 유일하게 참가해 '초록물고기' 를 관람했다.

관람횟수는 잦지 않지만 DJ는 영화를 신중하게 분석하며 감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지난 여름 상영된 '송가황조' 가 그랬다.

중국 근대사를 꿰뚫으며 정치적 격변기에 송미령 세 자매가 취한 태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일간지에 기고할 정도였다.

삶과 예술의 한을 드러내는 '서편제' 를 본 감동을 잊지 못해 영국 캠브리지에 유학할 당시에는 비디오 '서편제' 를 이따금 다시 보며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결국 '서편제' 주연배우 오정해의 결혼식 주례를 설만큼 두사람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개봉됐던 '비욘드 랭군' 의 경우는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과정을 담아낸 작품 의도를 높이 평가해 아태재단을 통해 직접 수입하려고도 했을 정도다.

남미 원주민의 수난을 그린 '미션' 을 보고 그는 역사의 승자는 그 땅에서 살아갈 원주민의 자손들이지 결코 식민주의자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젊은 시절부터 영화팬으로 알려진 그는 영화가 오락기능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녔으며 동시에 중요산업으로 우대받을 만한 소프트웨어 산업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차기 정부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영화진흥기금 5백억원을 조성하겠다는 등 DJ의 문화정책 공약은 많은 부분 영화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것이 선거용으로 부풀어졌다고 해도 영화환경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영화인들은 철썩같이 믿고있다.

채규진기자

○연극

DJ는 지난 1년간 연극 '담배피우는 여자' (96년 11월17일) 와 '홀스또메르' (5월29일) ,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 (5월8일) 등을 찾았다.

지난 10월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열린 '세계연극제' 폐막식에는 대통령후보중 유일하게 참석하기도 했다.

DJ의 '연극사랑' 은 '1회성 선거용' 나들이만은 아닌데 뜻이 있다.

배우 손숙은 “80년대초 미국 망명에서 돌아온 직후 카뮈의 '오해' 란 작품을 관람했는데, 실존철학에 대한 이해가 하도 해박해 놀랐다” 며 '전두환씨가 감옥에 보내준 덕분' 이라고 농담을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DJ는 그동안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문화정책에 대한 '소견' 을 표명하기도 했다.

짤막했지만 구체적인 예가 세계연극제 폐막식에서 나온 발언이다.

DJ는 “대통령이 되면 연극분야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겠다” 고 말했다.

공연관련 세금의 감면 혜택등은 연극계의 오랜 숙원이자, 공연문화 활성화의 지름길로 받아들여지는 제도다.

또한 DJ는 연극협회 기관지인 '한국연극' 의 공개질의에 대한 회신을 통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예술정책' 을 주창했다.

정부 총예산 중 1%의 문화예산 확보, 문화산업지원 특별자금 (가칭) 신설등도 피력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발표한 짧은 대국민성명에서도 문화육성을 국정의 주요방향으로 꼽았다.

이때문에 손숙, 차범석 (극작) , 김정옥 (연출) , 정진수 (연극협회 이사장) , 손진책 (연출).김성녀 (배우) 부부, 윤석화 (배우) 등 'DJ지지파' 로 알려진 연극계의 많은 리더들이 침체된 연극계를 활성화하는 데 DJ가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대선의 한 DJ 정치광고 중, 등을 돌린 채 벤치에 앉아 사업에 실패한 아들을 보고 '너 진짜 망했냐' 고 허탈해 하던 아버지는 원로배우 김길호였고, 그의 아들은 연출가 김영수였다.

이제 DJ는 연극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실천적 자세를 보여줄 때가 됐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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