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백화점 선불카드 현금마련 변칙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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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백화점 선불카드 (PP카드)가 현금마련 수단으로 이용되는 변칙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선불카드를 산후 이를 사채업자등에 헐값으로 넘겨 현금을 챙기는 것이다.

때문에 백화점 매출은 40~50%씩 줄어드는데도 일부 백화점의 선불카드 판매는 지난해의 곱절로 늘어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비씨카드는 이런 변칙거래로 인해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롯데.현대등 대형 백화점들에 공문을 보내 비씨카드로는 선불카드를 팔지 말아 달라고 협조를 구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백화점 선불카드란 1만, 3만, 5만, 7만, 10만원짜리 플라스틱카드를 미리 구입했다가 나중에 매장에서 현금처럼 쓰는 것인데 주로 선물용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현금이 급한 일부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자.개인들이 이를 신용카드로 구입한뒤 사채업자에게 10만원짜리의 경우 8만5천~8만7천원에 처분한다는 것이다.

사채업자는 여기에 1천~2천원의 마진을 붙여 중간상에 넘기고, 중간상은 이를 다시 시중에서 8만9천~9만1천원 받고 판다.

선불카드 유통이 이처럼 변칙화되자 신세계는 이미 선불카드의 신용카드 판매를 금지시켰고 롯데.현대백화점은 신용카드 결제한도를 1회 50만원으로 제한했으나 변칙거래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심지어 법인카드로 백화점 선불카드를 구입하는 고객들도 많다" 고 말했다.

현행법상 백화점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는 액면가의 40%만 물품을 구입하면 나머지를 현금으로 돌려주게 되어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들어 선불카드 매출은 1천2백10억원에 달해 지난해 6백10억원의 2배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에 의한 백화점 선불카드 매출의 70%가 비씨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며 "이중 변칙거래가 많다고 보고 신용판매 금지조치를 취했다" 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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