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헌정음반 나와…작곡가 이건용교수 작품 14곡모음 2장 출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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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누가 우리들 추운 가슴에 더운 불 하나 피워줄까?

/울다 울다 지친 가슴에 고운 꽃 하나 피워줄까?

/누가 우리들 어둔 가슴에 작은 등 하나 밝혀줄까?

(백창우의 '누가 우리들 추운 가슴에' 중에서) 작곡가 이건용 (李建鏞.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50) 씨가 8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발표해온 노래 14편을 담은 음반 2장이 내년 1월10일께 M - 피플 레이블로 출시된다.

02 - 3441 - 2186. '혼자 사랑' 이라는 제목의 이 음반은 시를 가사로 하고 예술가곡과 대중가요의 중간에 해당하는 곡을 붙였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노래시' 또는 '예술가요' 라고나 할까. 마치 그리스의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72) 와 가수 마리아 파란투리의 작업이나 독일의 한스 아이슬러 (1898~1962) 의 노래처럼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음악적 실험정신을 포기한 채 청중의 외면을 당하고 있는 예술가곡과, 댄스음악 위주인 대중가요의 틈바구니 속에서 '부를 만한 노래' 를 잃어버린 30, 40대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안을 주는 노래들이다.

작곡자는 이들 노래를 가리켜 "작품이라기 보다는 삶의 자국" 이라며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일기 (日記) 처럼 느껴진다" 고 말했다.

이 음반은 올해 50회 생일을 맞이한 작곡자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뜻을 담은 '헌정 (獻呈) 음반' 으로 '음악 수용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마도원) 회원 7백50명이 제작비를 후원해 만들어졌다.

올해는 李씨가 첫 노래작업으로 공개했던 하종오 시인의 '그렇지요' 등 연작시 4편이 안치환.윤선애의 연주로 초연된지 10년째가 되는 해라 더욱 뜻깊다.

지난 6월부터 시작돼 7개월만에 완성된 이 앨범 제작에는 무려 56명의 뮤지션들이 참가했다.

편곡자는 대학 재학시절 李씨의 '음악적 세례' 를 받은 마도원.원일.신동일.이정석.김대성.류형선.이지상 등 30대 작곡가 7명. 피아노 반주로 초연됐던 원곡들을 포크.록.발라드.재즈.국악 등의 다양한 장르로 편곡했다.

음반 2장중 한장에는. 베를린음대에서 클래식기타를 전공한 이성우 (34) 씨의 기타 반주로 녹음한 노래가, 또 한장에는 색소폰.드럼.하모니카.첼로.장고.피리 등 다양한 악기편성으로 편곡된 노래가 각각 담겨있다.

가수 안치환 (하종오 '당신이었을까?' ).송창식 (윤동주 '십자가' , 백창우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 이 부른 2편의 노래를 제외하면 10여년째 줄곧 이건용의 노래를 불러온 전경옥 (34) 의 목소리가 전곡에 걸쳐 흐른다.

여기 수록된 노래들은 지난 4월 서초구민회관에서 가수 이미자.송창식.전경옥 등이 출연한 '시심 (詩心) 을 찾아서' 공연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데 내년 2월중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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