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부시의 김정일 비난 발언 뒤 미사일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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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발사 여부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행체의 궤적과 낙착 지점 등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정밀 분석을 거쳐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최종 확인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아직까지는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확정해 줄 입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 미묘한 발사 시점=일단 미국 측의 정보대로 북한이 사거리 100㎞를 조금 넘는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면 발사 그 자체가 충격적인 상황은 아니다. 북한은 2003년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통상적인 미사일 성능 실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주목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동해상 함정이나 한반도 내 지상 목표물을 맞히는 '단거리'가 아니라 본토를 공격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한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개발하고, 또 이를 싣고 원거리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확보했는지가 현재 북핵 문제의 최대 관건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기가 미묘하다. 미국과 북한 간에 6자회담 복귀와 북핵 문제의 해결을 놓고 자극적인 발언이 오간 뒤 발사실험이 이뤄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북한의 핵무기 운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김정일 같은 폭군을 상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30일 "부시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는 핵문제 해결이나 북.미 관계 진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강력 반발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영변 원자로 핵물질 재처리 여부▶노동.대포동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북한의 '극단 조치'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에 당연히 노출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면 이를 통해 향후 더 민감한 행동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민감한 일본=일본 정부는 미측이 제공한 미사일 발사 정보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낙하 지점이 동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해 이른바 '인공위성 발사 시험'을 했을 때도 일본 정부는 극도로 예민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일본에 직접적 군사 위협이 된다. 이날 교도통신은 "방위청이 총리관저와 외무성 등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긴급 보고했다"고 전했다. 아사히(朝日) 신문도 "일본 방위청이 담당자들을 긴급 소집한 뒤 일본의 안전 보장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일본 정부의 민감한 분위기를 전했다.

◆ 북한 단거리 미사일은=노동 미사일의 원형 모델인 사정거리 340㎞의 스커드 B에서부터 다양한 종류가 있다.

북한은 전방부대에 FROG-5(사정거리 55㎞)와 FROG-7(사정거리 72㎞)을 배치하고 있다. FROG는 일단 발사 후 유도는 되지 않는 로켓 종류다. 북한은 지상에서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지대함 미사일로 중국 HY-2를 모방한 실크웜(사정거리 105㎞)을 해안에 배치해 두고 있다. 북쪽의 서해안에서 발사하면 인천 앞바다 부근까지 날아오는 위협적인 미사일이다.

김민석.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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