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장학금, 구청 장학금 … 몰라 못 받는 ‘돈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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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화여대 약대 4학년 윤보라(22)씨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1학년 때부터 외부 장학금을 찾아다녔다. 학교 복지과 게시판과 단과대 홈페이지를 뒤져 정보를 캐냈다. 그 덕분에 네 번이나 외부 장학금을 받았다.

전국에는 2171개의 장학재단이 연간 4620억원을 초·중·고생과 대학생, 해외 유학생에게 지원한다. 서울 663개, 경기 180개, 부산 170개, 경남 152개 등의 재단이 있다. 경기침체로 지원이 더 절실하지만 대학생조차 관련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체계적인 장학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팀은 농촌 지역을 살린 전남 강진군민 장학재단(4월 3일자 33면), 위기에 빠진 4613명의 학생을 구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4월 9일자 33면)의 멘토링 장학사업에 이어 전국 장학재단 현황을 분석했다.

◆전국에 2171개나 있다=장학재단은 기업이나 자치단체, 동창회, 개인 등이 세운다. 많게는 한 해 수백 명에서 적게는 10여 명을 지원한다. 기금이 100억원 이상인 곳이 100곳이었지만, 50억원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기금 규모가 7061억원으로 가장 많고, 유학생을 지원하는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2892억원이었다.

향토 장학금은 ‘젖줄’이다. 수원·용인시 애향 장학금 등은 성적 우수, 가계 곤란, 효행, 각종 특기자 등을 뽑아 매 학기 100만~300만원을 대준다. 충남 부여군의 굿뜨래 장학재단은 고교 졸업자 중 학교장과 읍·면장 추천을 받아 지원한다. 서울 강서구장학회는 ‘강서구 거주 1년 이상’인 중·고생과 대학생 30여 명에게 학기당 50만~200만원을 지급한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우학재단은 휴학증명서·재직증명서만 요구하고 성적은 보지 않는다. 취약 계층 멘토링 활동과 함께 매달 120만원을 준다.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은 환경교육과가 있는 5개 지방대(공주대, 대구대, 한국교원대, 목포대, 순천대) 학생에게 ‘환경교육장학금’을 지원한다.

◆정보가 부족하다=전국 장학재단의 인허가권을 쥔 교육당국은 1년에 한 번 집행 금액만 신고받을 뿐 전혀 관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학생과 재단 사이에 정보 불균형(mismatching)이 발생한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조호익(27)씨는 “지인의 소개로 향토재단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송헌석 대리는 “학교에 맡기면 성적 위주로 추천하기 때문에 재단 성격에 맞는 학생을 뽑기 힘들다”며 “지난해부터 학생들로부터 자기소개서 같은 서류를 직접 받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수십억원의 기금이 있는데도 집행 실적이 미미한 곳도 있다. 서울 지역 A재단은 30억원의 기금을 가지고도 최근 3년간 실적이 없었다. 집행 실적이 적은 대부분은 내역 공개를 꺼렸다.  

미국 대학들은 학생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맞춤형 재단을 소개하는 장학금 포털사이트(www.scholarship.com)를 제공한다. 위스콘신대 음대 최예지(26·여)씨는 “포털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장학 정보를 꿰뚫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등록금과 학자금 업무를 맡을 한국장학재단을 출범할 예정이다. 교과부 정병선 학생장학복지과장은 “기금이 100억원 이상인 민간 재단과 장학 상담·검색·설계 서비스를 제공할 포털 구축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장학금 받으려면=지원 자격이 가장 중요하다. 장학재단은 출신 지역, 학과, 특기에 따라 지원 자격을 규정한다. 자격이 되면 지원 시기와 구비서류를 준비한다. 선발은 매년 초나 매 학기 초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장학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자치단체·시민단체 등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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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김기환 기자
※취재에는 강민경·김보나·성은지 대학생 NGO 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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