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 지난해 성적 ‘울고 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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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업체의 영업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으로 신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본사에서 차를 들여올 때 유로·엔 등 현지 화폐로 값을 치르는 일부 업체는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수입차 업체의 지난해 실적은 적자투성이다. 프랑스 푸조 자동차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3% 감소한 7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07년 44억원 흑자에서 지난해에는 9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13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주거래 은행에 신청했다.

볼보코리아는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100억원 가까이 줄고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M코리아는 매출은 2007년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으나 64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크라이슬러코리아도 43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냈다.

대형 업체도 사정은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4898억원으로 2007년(4622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무려 530억원에 달했다. BMW코리아는 큰 폭의 영업적자를 독일 본사가 제품·부품을 구입할 때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해 지원해 준 결과 당기순이익(143억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8% 늘어난 5432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4억원 감소한 76억원에 그쳤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을 들여오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매출 4628억원에 영업이익 89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전년도보다는 이익 규모가 줄었다.

혼다와 도요타는 3월 말 결산법인으로 실적이 6월에나 발표된다. 지난해 중반까지 판매량이 전년보다 크게 늘면서 매출액은 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이후 원화가치 하락에 판매도 줄어 실적은 썩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 부동의 1위였던 혼다는 올 2, 3월 연속으로 7위에 그쳤다. 본사에 엔화로 자동차 값을 내는 이 회사는 워낙 가파르게 오른 엔화 때문에 올 들어 두 차례나 판매가를 올렸다. 이 때문에 판매량도 줄었다.

렉서스와 닛산·인피니티는 감소폭이 적지만 상대적으로 유럽산 자동차가 선전하면서 순위가 떨어졌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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