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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근로자에겐 ‘일감’ 더 배정 … 도요타처럼 배치 전환 자유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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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380㎞ 떨어진 인구 970명의 작은 마을 노쇼비체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이곳에서는 올해 11월부터 기아차의 소형 다목적 자동차(MPV) ‘YN’을 현대차 i30과 동시에 생산(혼류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 해외 공장에서 기아차를 처음으로 혼류생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노동조합에서 추가 작업자를 요구하는 등 쉽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체코 노쇼비체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이 i30 조립라인에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i30은 시간당 판매 상황에 따라 1시간에 55∼65대를 생산한다. 현재 현지 채용 근로자 중 10%는 여성이다. [김태진 기자]


체코 공장은 가동된 지 채 6개월도 안 됐다. 하지만 근로자의 작업 능력에 따라 공정 수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작업이 숙련돼 공정에 여유가 생기면 새로운 작업을 추가하거나 어려운 공정으로 옮기는 배치전환제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도요타 생산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반면 현대차 아산공장이 5년 전 쏘나타를 처음 생산했을 때 투입된 인원은 지금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정도다. 회사 측의 설명으로는 이들 인력의 20% 이상은 다른 곳으로 빼도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한다. 생산라인은 처음 투입할 때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숙련이 돼 줄이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 공장에서는 노조 등의 반발로 근로자의 배치전환제도 도입이 쉽지 않다.

원래 체코 공장은 현대차 아산공장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아산과 같은 크기인 200만㎡ 부지에 프레스-차체-도장-조립공장순으로 지어졌다. 현대차가 2002년부터 해외 각국에 짓고 있는 공장들은 아산이 표준이다. 국내외 작업자를 해외 어떤 공장에 파견해도 손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통일시켰다고 한다. 해외 공장 중 처음으로 체코 공장은 부품 공장과 터널로 연결했다. 부품 덩어리인 모듈 공장(현대모비스)과 의자 공장(다이모스)에서 즉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된 20m짜리 공중 터널이 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 실시간으로 공급돼 재고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인 셈이다.

체코 공장은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인 슬로바키아의 질리나 기아차 공장과 인접해 있다. 질리나 기아차 공장은 현대차 i30과 플랫폼(엔진과 차체)이 같은 유럽 전략차종 씨드를 생산한다.

따라서 체코 현대차 공장은 질리나 공장에 먼저 동반 진출했던 국내 부품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낸다. 체코는 1905년 슈코다(현재 폴크스바겐 그룹)라는 브랜드로 차를 만들었을 만큼 기계공업이 발전한 나라다. 이런 내력에 따라 작업자들의 이해도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다는 게 정주용 차장(경영지원실)의 설명이다.

체코 공장은 완공까지 숱한 난관이 있었다. 미국 앨라배마나 슬로바키아 공장과 달리 체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공장 건설 때 보통 무상으로 받았던 부지에도 상당 금액을 지불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지역 시민단체(NGO)의 반발이었다. 환경이 좋은 양배추 밭인 그린 필드에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다며 시위가 그치지 않았다. 김두식 대관담당 차장은 “NGO의 반발을 친환경 설비투자로 설득했다”며 “공장이 완공된 후 지역 주민들에게 친환경 시설을 견학시켰더니 현대차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겨 지금은 적극적으로 취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쇼비체(체코)〓김태진 기자

◆혼류생산=자동차 생산라인 한 개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 일본 도요타가 처음 고안했다. 주문 상황에 따라 특정 차종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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