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일본의 영컬처]上.영상문화로 달린다…음식도 성적쾌락도 시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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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요라’란 말이 있다. ‘뭐든지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사람’-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야채나 과일은 물론 밥·라면·생선회에도 마요네즈를 뿌려먹고 마요네즈 소주 칵테일을 즐긴다. 그런가 하면 스파게티에 초콜릿을 뿌리고 포도주에 밥을 말아 먹고 아이스크림에 간장을 뿌려대는 기괴한 미각을 지닌 젊은이들이 늘어나 식품회사를 괴롭히고 있다. 어린 시절 맥도널드나 세븐일레븐의 등장으로 다량의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도시락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탓에 미각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맛보다는 시각적으로 만족하면 그만인 이런 부류가 대학생의 5%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후각은 장애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돼가고 있다. 구취를 없애는 약품,방취효과의 의류등이 히트상품이 되었고 아침마다 머리를 감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 청결지향이 지나치면 일종의 정신병인 ‘청결증후군’으로 발전한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나라를 경멸하고 그런 나라의 유학생을 차별하기도 한다. 정도가 심해지면 자신의 냄새에 노이로제를 보이는 자기체취 공포증으로 발전해 등교·외출거부의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영상매체 페티시즘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이는 성행동에 이상이 있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성은 성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의미한다. 특히 손을 잡는다거나 키스를 하는 것처럼 이른바 ‘스킨십’을 통한 접촉은 인간의 성에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시각만으로 쾌락을 얻는 젊은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가상현실(버추얼 리얼리티)에 의한 시각자극만으로 쾌락을 얻고 그대로 극치감에 달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뇌내사정(射精)’이 현대용어집에 추가됐을 정도다. 기성세대들도 가상현실을 보면서 자극을 받지만 그것이 촉각과 후각이 없는 허구임을 곧 느낀다. 그러나 시각세대에겐 그것이 통하지 않아 바로 진짜 현실이 되고 만다. 시각세대 사이에 영상매체 페티시즘이 폭발적으로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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