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KOEX서 스파이 장비 전시 '007스파이 대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회색 트렌치 코트로 감싼 날렵하고 강인한 몸매, 검정 선글라스, 어떤 무기라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솜씨, 아름다운 여성들과 뜨거운 눈길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 '스파이' 라는 말을 들었을때 우리가 언뜻 떠올릴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런 낭만적인 모습을 어렵지않게 연상할 수 있게 된 것은 60년대 이후부터다.

2차 세계대전 후인 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암약하던 스파이들은 그야말로 음지의 인물들이었다.

당시 앨프리드 히치콕이나 프리츠 랑 감독 영화에 등장한 모습을 보면 스파이는 찢어진 눈매와 차가운 표정을 지닌 냉혈한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던 것이 60년대 들어 TV와 영화, 팝뮤직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이 등장한다.

지적능력과 충성심, 남성다움을 동시에 갖춘 이상적인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흐름의 선두에 선 것은 제임스 본드. 왕으로부터 '살인면허' 007을 얻었다는 본드는 여왕 친위대 근무경력이 있는 작가 이언 플레밍의 53년작 소설 '카지노 로얄' 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실 스파이와 간첩이 무슨 차이가 있으랴. 하지만 스파이는 왠지 멋있어보이고 간첩이라는 말에서는 끔찍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가상과 현실의 차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의 어린 시절은 이런 낭만적 스파이의 추억이 더 많다.

007 제임스 본드와 그의 아름다운 본드걸, 그리고 거구의 은이빨 '죠스' 는 물론, 여자 스파이의 대명사 마타하리와 TV의 '미녀 삼총사' , 그리고 어린이신문에 연재되던 김삼의 '소년 007'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파이들의 활약은 어린시절의 꿈으로 자리잡았다.

동심을 현혹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각종 첨단 장비였다.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야 보이는 잉크, 소리가 안나는 소음권총, 시계형 도청장치, 단추나 넥타이 핀으로 위장된 초소형 카메라, 구두밑창에 숨겨진 비수, 만년필 폭탄, 그리고 하늘과 물속을 오가는 본드카에 얼마나 신기해했던가.

어린시절 고무줄총에 형의 선글라스를 몰래 훔쳐쓰고 나와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스파이 게임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다려볼 만 하다.

25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3주간 한국종합전시장 태평양관에서는 자신이 직접 스파이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이름하여 '007스파이 대작전' .세계 각국의 스파이 장비를 선보이는 스파이 전시관과 이를 응용해 게임으로 즐겨보는 총10개의 독립게임관이 방학을 맞는 청소년들과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전시관을 보면 자신의 거짓말을 알아볼 수 있는 거짓말 탐지용 전화기가 가설돼있고 음성변조 전화기와 각종 도청장치등 23개의 아이템이 준비돼있다.

또 방탄섬유, 방탄의류, 방탄유리, 방탄차량과 펑크가 나도 운행이 가능한 타이어등이 실물및 비디오로 소개 된다.

일종의 실내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지는 게임관에서는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것같은 세트속에서 여러가지 장비를 이용해 제임스 본드나 특수부대원이 된 것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행사를 주관한 임팩그룹 심성원 본부장의 말. '수류탄을 제거하라' 라는 게임이 펼쳐지는 1관의 경우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30명의 입장객이 20개의 수류탄이 숨겨져있는 캄캄한 정글로 안내된다.

센서가 장치된 부비트랩을 건드리지않고 2분30초이내에 3개이상의 수류탄을 찾아내도록 하는 게임. 또 8관 '지뢰를 찾아라' 에서는 30명이 각자 지뢰탐지기를 들고 입장, 숨겨진 지뢰 10개중 가장 많은 지뢰를 찾아낸 사람이 우승을 하도록 돼있다.

10관 '미션 임파시블' 은 전체 게임을 종합한 내용으로 4명이 한팀이 되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들은 야간투시경과 레이저총, 조끼를 착용하고 부비트랩 통과하기, 미로통과하기, 저격수 피하기등 다양한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입장권은 매 게임관마다 3천원 전후수준이고 전관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은 2만5천원선. 문의는 02 - 561 - 7671.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