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문화 '새뚝이']영화'접속'성공 주역 기획자 심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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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기획의 승리” .지난 추석에 개봉된 영화 '접속' 이 예상을 뛰어 넘어 대성공을 거두자 성공요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컴퓨터 통신을 매개로 한 튀는 소재, 멜로물의 흐름 파악, 한석규의 강력한 매력, 신예 장윤현 감독의 감각적 연출,치밀한 스토리 라인과 음악 배치 등 여러가지 성공요인 분석들은 결국 한 사람의 저력으로 수렴되었다.

한국 영화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모든 성공원인을 그녀에게 돌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휘하는 명필름의 '명기획' '명제작' 이었다는 것. 그 여자는 심재명 (33) 이다.

그녀는 특유의 여성적 감각을 지닌 영화사 명필름의 중심이다.

남편이자 명필름 대표인 이은 (李銀) , 그의 절친한 영화동료 장윤현 감독, '접속' 의 제작자인 동생 심보경씨 등으로 연결되는 가족적 팀워크를 실현시켰다.

상업영화 체제를 바닥부터 경험한 그녀의 '맞춤' 과 '완성' 이 대학때부터 '파업전야' 등 독립영화 운동을 해온 이은 - 장윤현의 '개발' 과 '과감성' 이 두가지가 부부처럼 한 몸으로 조화되어 빛을 보았다.

대학 졸업직후 서울극장 기획실의 말단사원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비합리성과 속임수가 팽배한 충무로 영화전통의 밑바닥부터 몸소 경험했다.

“목소리나 옷매무새도 거칠은 충무로에 적응하는 듯 투박하게 변해버렸다.

처음 극장에서 일할땐 가냘프고 앳된 소녀같았는데.” 영화홍보사 '명기획' 을 출범하면서 일을 맡은 것이 '결혼이야기' (92년) .이 땅에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를 확실히 뿌리내리게 한 작품이다.

'그대안의 블루' '그 여자 그남자' '세상밖으로' '닥터봉' 등에서 그녀가 짚어낸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관객들의 취향과 거의 일치해갔다.

지난해 마침내 영화제작자로 데뷔한 작품 '코르셋' 은 엉뚱하게도 뚱뚱한 처녀의 심정을 드러낸다는 내용. 예쁘지 않은 여자를 내세운 이 영화가 20만 가량의 관객을 모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ㄴ외國에서는 감독의 작가적 특성 뿐만아니라 영화에 따라 제작자의 색채도 분명히 살아난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사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영화판의 젊은 여성인력들의 우상이 된지 오래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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