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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대선]지역별 표쏠림…'동회창-서대중'양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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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대 대선의 '표심 (票心)' 은 끝까지 예측 불허의 '박빙 승부' 를 연출했다.

김대중.이회창.이인제 세 후보의 각기 판이한 지역별 판세가 합쳐져 김대중.이회창 두 후보의 절묘한 선두각축 구도를 나타냈다.

역대 대선중 1, 2위 차가 가장 근소했다는 점에서 신기록이다.

14대 대선에서 당선자인 김영삼 (金泳三) 후보와 차점자인 김대중후보와의 표차는 1백92만표. 득표율로는 8.1%포인트 (김영삼 42.0%, 김대중 33.9%) 였다.

13대때의 노태우 (盧泰愚).김영삼후보간 표차도 거의 비슷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특징적 현상은 '표 쏠림' 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국토의 동쪽축과 서쪽축이 마치 칼로 자른 듯 지지후보가 갈린 것. '동 (東) 이회창 서 (西) 김대중' 모양새다.

김대중후보는 서쪽축인 서울과 경기.인천, 충남북, 전남북에서 모조리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강원과 대구.경북, 부산.경남으로 이어지는 동쪽에서는 이회창후보가 모두 1위였다.

이번 선거 역시 지역대결구도였음을 뚜렷이 보여주는 결과다.

金후보는 예상대로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권에서 압승했다.

전북의 경우 14대 대선때의 89%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말그대로 '싹쓸이' 다.

이회창후보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의 영남권을 절반 이상 휩쓸었다.

2위 이인제후보와의 격차가 지난달 마지막 공표된 여론조사 때보다 더 벌어졌다.

"이인제를 찍으면 DJ가 된다" 는 한나라당측의 '사표 (死票) 론' 이 결정적으로 먹혀들었다는 현지 여론이 신빙성을 갖는 대목이다.

이회창후보는 강원도에서도 절반 가까운 표를 얻어 이인제.김대중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조순 (趙淳) 총재와의 연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대 효과는 충청권에서 金후보에게도 나타났다.

대전.충남북 모두 40% 안팎의 득표로 충남 논산출신의 이인제후보와 예산에 선산을 둔 이회창후보를 거뜬히 눌렀다.

DJT연합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김대중후보가 이긴다면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金후보는 최대 표밭인 서울에서 절반 가까운 득표를 했다.

두번째로 큰 인천.경기지역에서도 40%선을 얻어 이회창후보와의 승부에 쐐기를 박는 수확을 거뒀다.

14대때의 서울 37.7%, 인천 31.7%, 경기 32.0%와 비교하면 큰 약진이다.

성 (性) 별로는 이회창후보가 여성유권자로부터, 이인제후보는 남성유권자로부터 더 많은 표를 받았으며 김대중후보는 득표의 성비 (性比)가 거의 같았다.

여성표는 이회창.김대중.이인제 순이고, 남성표는 김대중.이회창.이인제 순. 연령별로는 김대중.이인제후보가 20대→30대→40대→50대 이상의 순으로 똑같이 젊은 층의 지지를 많이 받은 반면 이회창후보는 거꾸로 높은 연령으로 갈수록 높은 지지를 얻었다.

대졸 이상 학력자의 지지순위는 이회창.김대중.이인제였다.

반면 고졸자의 지지율은 김대중.이회창.이인제 순이었다.

중졸 이하의 지지율은 김대중과 이회창후보가 똑같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3%에 이르는 부재자투표의 향방도 큰 관심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대중5: 이인제3: 이회창2 정도의 비율로 전망했다.

이회창후보 두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는 판이했다.

첫번째 일반 투표함의 용지와 섞어 개표한 부재자표는 초반 개표판세에서 결코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는 이후 해당지역의 일반투표 득표율과 큰 차이 없는 표차였다.

어떤 경우는 이회창후보가 앞선 것으로도 나왔다.

출신지역에 따른 지지성향도 일반투표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결국 '군심 (軍心)' 과 민심과의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석현·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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