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숨막힌 개표드라마 국민회의…극적 뒤집기에 흥분의 도가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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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여의도 선경증권에 마련된 '김대중후보 공동선대회의' 종합상황실과 국민회의 중앙당사 상황실은 오후10시를 전후해 방송사 집계에서 무려 30여차례에 걸쳐 김대중후보와 이회창후보가 엎치락 뒤치락하자 한숨과 환호가 교차했다.

당직자들은 오후9시30분쯤까지 金후보가 2% 정도 차로 계속 뒤지자 "지금쯤이면 앞서야 되지 않느냐" "MBC - TV 출구조사 발표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냐" 며 우려 섞인 표정들.

그러나 金후보가 오후10시20분 이후 역전에 성공, 이후 표차를 5만표, 10만표, 15만표, 20만표씩 계속 벌려나가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환호와 함께 흥분의 도가니. 국민회의.자민련 양당 당직자들은 서로 "고생했다" 며 덕담을 주고받는가 하면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후11시부터는 金대통령당선자의 일산 자택과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 시민들이 수십대의 차를 타고 몰려와 "김대중" 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일산 자택에는 정동영 (鄭東泳)대변인.김한길의원.경호원들이 식탁에서 TV를 시청했으며 金후보는 자정 무렵 鄭대변인과 金의원을 2층 서재로 불러 19일 일정 등을 협의했다.

오후10시55분쯤에는 장 폴 레오 프랑스대사가 상황실로 찾아와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부총재에게 "민주국가 프랑스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도 민주주의 꽃을 피우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金후보가 보여온 노력을 잘 알고 있다" 며 새 당선자 진영에 호의를 표시했다.

오후11시부터는 주요 당직자들이 속속 상황실에 입장.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는 파커 차림으로 들어와 만면에 웃음을 띠고 관계자들을 격려. 그는 "표차가 더 벌어질 것" 이라고 장담.

김종필 (金鍾泌) 선대회의의장은 자정 무렵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봐야 하지만 얼마를 이겨도 이긴다.

표의 다과 (多寡)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건 국민들이다" 며 "우리 국민의 수준은 이회창후보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표를 줬고, 그러면서도 경제 실정에는 심판을 했다" 고 말한 뒤 "그레이트야" 라고 만족감을 표시.

그는 이른바 동창서중 (東昌西中) 현상에 대해 "그쪽은 연고로 자극했지만 우리는 호남.중부.영남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융화와 화합을 강조했다" 며 "金후보 집권으로 동서화합에 힘써 대결 고리를 끊도록 노력하겠다" 고 다짐. 이어 공동정권의 운용방안을 묻는 질문에 "공동이란 말은 적합하지 않고 양당이 정권을 같이 얻어낸 것이므로 상부상조하며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고 밝혔다.

오후11시부터는 일본 NHK.미국 CNN 등 유수의 외국 언론들도 당사에 있는 金당선자 측근을 찾아 향후 새 정부의 정국 운영방안 등에 대해 세밀히 질문하는 등 관심을 표시.

국민회의는 19일 오전1시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당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채택,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향후 정국 운영방안 등을 협의했다.

이에 앞서 金후보는 오후7시쯤 즉석에서 이뤄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혼신의 힘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다" 며 "함께 한 김종필의장 박태준총재 김원기대표에게 감사드린다" 고 했다.

특히 "세계는 우리 국민이 현명하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며 우회적으로 승리를 자신했다.

인터뷰를 마친 金후보는 수행원들과 함께 상황실을 나와 서울강남 삼성의료원을 찾아 전날밤 지병으로 숨진 동생 김대의 (金大義) 씨 빈소를 방문했다.

김현종·박승희·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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