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부시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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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로라 부시 여사가 백악관 출입 기자단 만찬에서 재치있는 농담으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위의 사진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참석자들. 가운데 사진은 부시 대통령, 아래사진은 딕 체니 부통령. [워싱턴 AP=연합]

"저는 '위기의 주부'랍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의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 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재치 있는 유머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늘 '내조형' '현모양처형'으로 알려졌던 부시 여사였다. 그러나 그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연단에 나와 지난 3월 있었던 일을 끄집어내려 하자 갑자기 "지난 얘기는 제발 그만 좀 하세요"라며 끼어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부인의 돌발 행동에 놀라는 기색 없이 기꺼이 자리를 양보했다. "지난 몇 년간 출입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지만 늘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화제는 대통령의 이른 취침으로 시작됐다.

"남편은 늘 오후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죠. 한번은 제가 그랬어요. '여보, 세계의 폭정을 정말로 종식하고 싶다면 그렇게 일찍 자러 가서는 곤란해요'라고요." 폭소가 터졌다. 익살은 이어졌다. "대통령이 잠들면 전 '위기의 주부들(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을 틀어요. 린(체니 부통령의 아내)과 저야말로 '위기의 주부'랍니다."

폭소와 함께 환호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 '위기의 주부들'의 출연 배우 제임스 덴튼이 참석했기에 박수는 더욱 요란했다.

부시 여사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부부의 인연이 남다르다는 얘기를 꺼냈다.

"도서관 사서였던 저는 하루 12시간 도서관에만 처박혀 있었어요. 그래도 (도서관을 한 번도 찾을 것 같지 않은) 남편을 만나 결혼했답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비밀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그는 "대통령은 휴가 때마다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을 찾지만 사실 목장 일은 하나도 몰라요. 언젠가는 수말의 젖을 짜려고 한 적도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시어머니 바버라 부시 여사에 대한 뜻밖의 발언도 나왔다. "사람들은 바버라를 다정다감한 할머니 형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의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ABC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전원 도시에 사는 네 명의 주부들이 친구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각자의 삶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을 코믹하게 다뤘다. 올 초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테리 해처) 등 2관왕을 차지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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