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김연아’ 신수지 … 월드컵 톱10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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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가 리듬체조 월드컵을 앞두고 태릉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서 리본 종목 연습을 하고 있다. [이영목 기자]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18·세종대)는 ‘체조의 김연아’로 통한다.

김연아(19)가 피겨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섰듯 신수지는 리듬체조에서 아시아 정상을 넘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겨처럼 ‘아름다운 스포츠’로 통하는 리듬체조에서 신수지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았다(주최국 중국은 자동 출전). 올림픽 예선을 겸한 세계선수권에서 아시아 1위를 차지한 덕분이다. 본선에서는 인상적인 연기로 전체 24명의 출전자 중 12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김연아처럼 신수지는 작고 예쁜 얼굴에 긴 팔다리를 가졌다. 각각 불모지인 피겨와 리듬체조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도 둘은 닮았다. 17일(한국시간)부터 포르투갈에서 개막하는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 참가하는 신수지를 출국 전날인 13일 만났다.

#음식을 화장실 변기 물통에 감춘 적도

김연아는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후 “한국에 가면 원 없이 먹고 싶다”고 했다.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 선수들은 항상 체중과의 전쟁을 치른다. 체중이 1g 불면 발목에 가해지는 하중이 3배로 늘어난다는 게 정설이다. 몇 g만 늘어도 착지 자세가 달라진다.

신수지는 하루에 열댓 번 체중계에 올라간다. 올림픽이 끝나고 신수지는 키가 5cm가량 크면서 체중도 7kg 불었다. 그는 “3kg 뺐는데, 아직 2kg 정도 더 빼야 한다. 세상에서 다이어트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 별명이 ‘식신’이다. 오죽하면 ‘장미란 언니처럼 역도 할 걸 그랬다’는 생각까지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음식을 못 먹게 하는 코치와 엄마를 따돌리려고 애쓰다 보니 이젠 음식 숨기기의 달인이 됐다고 했다. 신수지는 “음식을 비닐에 싸 화장실 변기에 숨긴 적도 있다. 전지훈련 가면 환풍구가 있는 천장을 주먹으로 쳐 그 위에 음식을 살짝 올려둔다”면서 웃었다.


#이젠 태릉선수촌에서 쫓겨나요

출국 직전까지 신수지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했다. 다행히 농구 코트가 비어 있어 거기에 리듬체조 매트를 깔고 훈련해 왔다. 신수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괴롭지만 그래도 태릉 생활은 참 재미있다”고 눈을 반짝인다. 훈련 장소가 없어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를 전전하던 그에게 태릉은 참 고마운 곳이다. 다른 종목 운동선수들과의 교류도 그에겐 신나는 일이었다. 그는 “선수촌 숙소 1층 로비에서 다같이 모여 TV 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특히 탤런트 이민호의 팬이라 ‘꽃보다 남자’만큼은 ‘재방’ 대신 ‘본방’을 사수한다”고 한다.

하지만 태릉 생활도 이젠 끝이다. 농구대표팀이 5월 입촌하는 까닭에 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면 체육관을 비워줘야 한다. 학교 체육관도 공사 중이라 어디서 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난감해했다. “아마 (김)연아 언니도 아이스링크가 없어서 나처럼 고생했을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유연성은 세계 최고, 종합 10위 진입이 목표

신수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늦은 셈이다. 그는 “그때 유연성 훈련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얼굴 실핏줄이 터지도록 울고 또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열심히 훈련한 덕에 지금은 유연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지희 코치는 “이번 대회부터 리듬체조도 피겨처럼 예술 점수와 기술 점수가 분리된다. 유연한 수지는 높은 예술점수가 기대된다”고 반겼다.

신수지는 베이징 올림픽 때 최종 10명의 결선 장면(신수지는 12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나보다 못하는 선수가 태반인데”라는 생각에 오기도 생겨났다. “이번 월드컵에서 꼭 10위 안에 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온누리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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