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선물, 호의 베푸는 건 좋지만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2면

5월은 선물의 달이다.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이 차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호의를 표현하기 위해 주고받은 선물이 간혹 뇌물이 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선물과 뇌물의 의미와 건전한 선물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공부한다.

◆선물과 뇌물=선물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증거다.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와 연대가 형성된다.

가끔 선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가성 때문이다. 금품을 제공하고 그에 준하는 대가를 받다보면 경쟁의 공정성이 무너져 사회 발전을 해치게 된다.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금품 수수를 철저하게 금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받은 금품’을 모두 뇌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받은 금품은 뇌물이 아니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 받았다면 대가성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뇌물로 보지 않는다.

금액에 대한 기준은 없다. 1만원을 뇌물로 본 경우도 있다. 다만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스승의 날이나 졸업식 등 행사에서 꽃이나 케이크 등의 간소한 물건을 받는 것은 예외다.

조선시대에는 백성에게 뇌물을 받아 챙긴 비리 공직자를 탐관오리라 불렀다. 처벌이 엄격해 재산 몰수는 물론 그의 자녀들은 과거 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했다.

흔히 대가 없이 제공되는 금품은 뇌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털리 제먼 데이비스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역사학)는 그의 저서 『선물의 역사』를 통해 ‘목적 없는 선물은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1872~1950)도 선물을 뜻하는 영어의 ‘gift’가 독일어에선 ‘독약’이라 해석된다며 “받고도 답례를 하지 않는 선물은 예속이나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도나 박애, 모성애마저도 합당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물 주고받는 법 가르쳐야=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지식인과 관료를 숭상하는 유교문화의 영향 아래 있었다. 관료는 민중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여러 편익을 제공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권위적인 관료의 모습이 현재의 공직사회로 이어져 부정부패의 원인이 됐다.

서구의 자본주의는 청교도 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사유재산에 대한 개념이 철저해 선물을 받으면 응당 대가를 치른다. 일부 나라는 가정에서부터 부모나 손님이 어린이에게 큰 액수의 돈을 주는 것을 금기시한다.

일본의 경우 선물을 받으면 가격의 3분의 1을 돌려주는 것이 관행이다. 받는 이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저렴하되 의미 있는 선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뇌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처벌 등 법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육을 통한 의식 개혁이 더 필요한 이유다. 

박형수 기자

※도움말=한석정 동아대 사회과학대 학장, 이영철 목원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