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간 화훼생산액 6조원, 한국은 1조원 … 아직 갈 길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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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물질문명의 편리성에 빠져 생활환경이 비환경적 물질에 오염되는 것을 무시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차츰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에 이르자 친환경을 외치게 된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길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생물 중에서 식물은 우리의 환경을 형성하는 주체로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꽃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형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을 감상하고 꽃놀이를 하며 사랑하는 사람이나 축하를 위해 또는 영령에게 꽃을 선물한다. 가정이나 의미가 있는 공간에 꽃장식을 하는 것도 같은 의미다. 꽃은 산업화를 통해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우리나라의 농촌에서는 화훼산업이 농업구조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을 여러 사람이 함께 구경하며 자연을 접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기회가 꽃박람회다. 1997년 고양 국제꽃박람회가 계기가 돼 525만 달러에 머물던 국내 화훼 수출액이 1222만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박람회는 짧은 개최기간 동안 초화만도 300만 본이 소비된다. 당시 5800억원이던 국내 화훼생산액이 현재는 1조원 대 규모로 성장한 것은 박람회의 공이 크다.

그러나 우리의 화훼산업은 숙제가 많다. 일본은 연간 화훼생산액이 6조원에 이른다. 세계 화훼산업 규모가 26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1조원은 초라하다. 우리나라 1인당 화훼소비액은 네덜란드의 7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3~6개월에 걸쳐 장기간 치러지는 ‘A1급 박람회’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낮고 꽃의 농업과 소비기반이 모두 취약하기 때문이다.

화훼산업의 인프라도 빈약하다. 일본은 꽃 경매시장이 100개가 넘는데 우리는 서울에 두 개, 부산에 한 개 정도다. 대학교나 대학원에는 식물학과나 원예학과·농학과 등 식물 관련학과가 많은데 소규모의 공원성격인 플라워 파크 말고는 표본실이나 실험실·유전자풀 등을 갖춘 종합식물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지언 한국화훼장식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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