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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희의 SUCCESS 인상학] 눈이 크고 둥글면 솔직 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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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자녀 배우자론 이런 인상을…. ‘이상적인 며느리·사윗감 연예인’1위로 꼽힌 김정은(아래)과 신동엽. 후덕하거나 듬직함을 으뜸으로 쳤던 전통적인 며느리·사윗감 인상과는 많이 다르다.

내 자녀와 한평생을 함께할 장래의 며느리.사윗감은 어떤 젊은이가 좋을까.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것이다.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가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40 ~ 60대 남녀를 대상으로 연예인 가운데 '이상적인 며느리.사윗감'을 고르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개그맨 신동엽씨와 탤런트 김정은씨가 1위에 꼽혔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후덕함이나 남성다움 등 전통적인 며느리.사위를 고르는 기준에서는 다소 벗어난 인상의 소유자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자녀의 배우자를 고르는 부모의 눈도 달라진 것이다.

1970 ~ 80년대 부모들은 명예를 중시하는 큰 광대뼈에 턱이 넓적해 지구력이 뛰어난 청년을 '일등 사윗감상'으로 꼽았다. 큰 얼굴에 입술까지 적당히 두꺼워 정력이 좋을 듯하면서도 입이 무거운 막걸리 스타일은 체면을 우선시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사근사근하기보다 홀로 추진력 있게 집안을 끌고 나가는 것이야말로 딸을 고생시키지 않는 믿음직한 사위의 덕목이라 여겼던 것이다.

반면 신세대 장인.장모들이 1등 사윗감 후보로 꼽은 신동엽씨는 갸름한 얼굴형에 광대뼈가 작고 선이 가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잘못을 지적당해도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웃어넘기는 수월함이 느껴진다. 작은 눈이 빛나면서 조금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순간포착이 빠르고 눈 사이가 좁아 느긋함과는 달리 재치가 있다. 얼굴 윤곽이 강하지도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에 모나지 않는 성격으로 '있는 척' '잘난 척' 하는 일이 없다. 차분히 기다릴 줄 알고 변화에 적응이 빠르다. 장모의 입장에서 보면 내 딸을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해 줄 것 같고 자신에게도 살갑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사위가 될 것 같다.

눈이 큰 김정은씨 역시 소위 '맏며느리감'과는 거리가 멀다. 김씨는 유난히 크고 동그란 눈을 가졌다. 이런 사람은 솔직해서 감정표출이 용이하다. 시부모가 꾸중을 하면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말하되 눈의 선이 날카롭지 않기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꽁하지 않다.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세상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말해주는 솔직 담백한 며느리가 더 편하다. 도도하거나 건방진 것과는 다르다. 김씨는 코믹연기를 자청할 정도로 재치와 유머감각이 있다. 말할 때는 눈썹이 자주 움직인다. 감정이 변화무쌍하다는 거다. 갈매기 같은 또렷한 입술이 상하좌우로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것은 비위에 거슬리더라도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걸 의미한다. 이래서 시부모에게는 며느리 아닌 친딸 같고 가정도 발랄하게 끌어 나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신동엽씨와 김정은씨의 공통점은 속을 툭 털어놓기 쉽고 야단을 쳐도 뒤끝이 없으며 경제력.생활력이 강해 제 앞가림을 할 줄 아는 능력이 보인다는 것. 이는 맞벌이가 늘고 경제적 여유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고 순박한 며느리, 듬직한 사위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2위에 오른 연예인은 탤런트 김석훈씨와 송윤아씨. 다소 지긋한 연령 대에서 두 사람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석훈씨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기질인 진한 눈썹에 명예를 중시하는 큰 광대뼈를 소유한 고전적 미남형이다. 가정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알아서 솔선수범하고 무거운 짐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송윤아씨는 조용조용 말할 듯 웃는 입 모양도 순하다. 어지간한 건 알아서 소화하므로 비위장이 거슬릴 일도 별로 없을 거다. 눈이 둥글고 큰 편이 아니기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으로 인내심이 강하고 어른을 잘 모시는 분위기다.

내 딸.아들에게 꼭 맞는 맞춤배우자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면 사윗감이 저 정도는 돼야 하고 내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기준세우기는 곤란하다.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어떨까. 자녀와 배우자 관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어보고 결혼생활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선택은 당사자가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시어머니.장모의 첫걸음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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