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번개 광주행'…국민회의 '보호'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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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대선에서 또 한번의 진풍경을 보게 됐다.

특정후보의 유세를 라이벌 후보 진영이 '보호' 하는 장면이 16일 벌어진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광주유세를 전격 결정하자 국민회의측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李후보의 광주유세를 둘러싼 양당의 신경전이다.

李후보의 광주방문 예정시간은 16일 아침. 오전7시30분 비행기편으로 광주에 가 송정리역에서 한차례 거리유세를 벌인 뒤 오전9시30분 비행기편으로 귀경하는 게 전부다.

'번개유세'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일국의 대통령후보가 유세를 하지 않은 지역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돼 광주유세를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실익이 없다" 는 이유로 반대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명분을 위해 천금같은 시간을 할애키로 했다" 는 것이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특히 최병렬 (崔秉烈) 공동선대위원장이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국민회의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회의는 사안의 민감한 성격을 감안, 정보를 입수하자 마자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한나라당의 '의도' 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회의를 마친 국민회의측은 "李후보가 광주 거리유세를 통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자작 (테러) 극을 기획하고 있다" 며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유세현장에서 계란.밀가루 등을 던지는 선동대원을 사진기나 무비카메라로 채증하도록 지구당에 지시했다" 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김경재 (金景梓) 홍보위원장등의 유세단도 현지에 급파했다.

광주 유권자들이 동요하지 않고 이회창후보에 대한 거부감의 공개적 표시를 자제토록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광주시경에 李후보에 대한 특별경호도 요청했다고 한다.

양당 부대변인은 설전도 벌였다.

국민회의는 논평에서 " '우리가 남이가' 라는 발언과 '이인제후보를 찍으면 김대중후보가 당선된다' 는 발언에 이어 16일 李후보가 기습적으로 광주를 방문해 지역감정을 촉발시키려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측은 "국민회의가 자작극을 들먹이는 것은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역사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광주시민을 모독하는 행위" 라며 "국민회의측이 李후보의 광주방문때 그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주길 당부한다" 고 응수했다.

김현기.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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