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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문화장관 인사청탁說 휘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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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채 신임 문화관광장관 (서울=연합뉴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장관에 내정된 이후 차관을 통해 성균관대학 교수 채용과정에서 인사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1일 나왔다.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60) 교수는 지난달 25일 오지철 문광부 차관이 정 의원의 부탁으로 친노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의 부인인 김모씨를 이 학교 교수로 임용해 줄 것을 청탁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냈다고 밝혔다.

이 진정서는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청와대 사정비서관실로 이첩됐고, 김씨는 현재 교수임용 전형을 실시 중인 이 대학 예술학부에 지원해 서류심사, 전공심사 등을 거쳐 지난달 24일 시범수업까지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청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영석 대표도 “부인 김씨가 독자적으로 오 차관을 통해 정 교수에게 교수 임용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정 장관이나 내가 청탁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일 뿐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정 교수는 청와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지난달 18일 오후 4시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오 차관으로부터 “차기장관 내정자가 확실시되는 정동채 의원이 김씨를 잘 봐 달라고 부탁하더라는 내용의 청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오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를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했고, 지난달 19일 김씨가 전화를 걸어와 종로구 동숭동 모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김씨의 남편인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가 정 의원에게 부탁을 했고, 정 의원은 다시 오 차관에게 교수임용 청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강조했지만 참여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지금 과연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진정이유를 밝혔다.

정 교수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의 신문고에 ‘비공개’로 이같은 사실을 알렸는데도 노 대통령이 정동채의원을 문화부장관에 기용하자,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에 ‘공개’로 민원을 넣으면서 비공개 민원 내용까지 공개했다. 정 교수는 오 차관, 김씨 등과 전화한 내역이 담긴 통화기록을 추가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동채 장관은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첫째, 기사에서 거명한 서영석씨 및 그 배우자와 단 한차례도 만난적이 없으며, 전화통화 역시 한적이 없으며 어떠한 형태의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다, 둘째, 따라서 오지철차관에게 부탁할 수도 부탁한 적도 없다며 기사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등 필요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정동채 장관이나 오지철 차관에게 직접 인사청탁을 할 입장도 아니고 하지도 않았다”면서 “다만 대학 교수 자리를 알알아보던 집사람이 독자적으로 오 차관에게 부탁해 이 교수 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정 장관이나 내가 청탁하는 것처럼 오해를 산 것 같다”는 내용의 해명 글을 올렸다.

서 대표는 ▶정치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 장관과 안면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10년간 공사석에서 만나 적도, 전화 통화한 적도 없어 집사람 교수 임용과 관련해 일체 청탁을 한 적이 없으며 ▶오지철 차관을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도 못하며, 당연히 개인적으로 전혀 만난 사실도 없고, 그러니 청탁을 할 이유도 없다며 정진수 교수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이같이 해명한 뒤 수정본을 통해 “정동채 장관에게 부탁한 사실도 없고, 그러니 당연히 정동채 장관이 오지철 차관에게 부탁할 리가 없고, 제가 오지철 차관을 알지도 못하고 부탁한 일도 없는데, 오차관이 왜 정진수란 사람에게 이른바 청탁을 했는가, 이게 저도 궁금해 집사람에게 확인했다”며 몇가지 사실을 추가했다.

서 대표의 부인 김씨는 성균관대 교수 임용공고가 나자 임용을 책임진 정 교수와 친하다고 알려진 오 차관에게 독자적으로 임용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 차관은 김씨의 남편인 서 대표를 고려해 정 교수에게 청탁을 했다. 정 교수는 김씨와 만나 “여러사람이 (당신의 임용을) 부탁한다는데 누구에게 부탁했느냐”라고 물었고 김씨는 “내가 근 10년간 교수 임용이 안되니 여러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죠”라고 답변했다.

서 대표는 “정 교수는 오 차관이 부탁하니까, 그리고 남편이 서영석이라고 하니까, 오 차관이 엄청 힘 쎈 사람(가령 정동채 장관 정도)에게 청탁을 받고 얘기하나 보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다”고 부인 김씨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해명서 말미에서 부인이 “참, 당신에게 부탁해봤자 이빨도 안 들어가고, 나름대로 내가 한다고 해도 이러니, 앞으로도 교수 임용은 포기해야 할까 봐”라고 말한데 대해 “그러는게 나을 것 같아. 그러게 교수 한명 붙잡아 시다바리 한 10년은 해야 교수 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나이도 나이니 뭐 물건너갔다고 봐야지. 그나 저나 이 인간들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지. 알았어.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게 진상이라면 진상이죠. 나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정동채 신임 문화장관의 인사청탁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철저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센터

[정진수 교수 청와대 진정서 전문 ]

인사청탁땐 패가망신 시킨다더니…"

며칠전 본인이 겪은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 끝에 이곳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비공개로 알려드리고 청와대측의 반응을 들어본 뒤에 필요하다면 대응방안을 찾아봐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글을 올립니다.

본인은 20여년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었으며 지난 2001년도에 예술학부 연기예술학 전공이 신설되면서 원래 전공인 이 학과로 적을 옮겨 현재 주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내년에 부임할 연극 및 문화이론 전공의 신임교수 공개채용을 위한 심사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이른 아침에 평소 업무관계로 몇차례 만난 적이 있던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이 집으로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해서 이튿날 삼청동의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용건인즉 이번 성균관대 교수 공개채용에 지원한 불문학박사 아무개씨를 잘 봐달라는 인사청탁이었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직후 노대통령의 제 일성(一聲)은 “인사청탁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개혁의 첫 단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이 노 후보의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환영해 마지 않았으며 그 약속이 반드시 지켜질 것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지금 과연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요? 제가 속한 문화계에서는 정부 출범 직후부터 거의 모든 문화예술 관련 단체장의 인사를 특정 계열의 예술인들이 싹쓸이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이에 대한 문화계의 반발이 언론기사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예술의 전당 사장 자리를 놓고도 세간에는 정동영계와 신기남계와 이창동계가 힘겨루기를 하다가 마침내 정동영계가 차지했다는 식의 소문이 무성합니다. 본인은 물론 이런 소문들의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믿고 싶지도 않으며 어느만큼 사실에 기초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며칠전 오지철 차관을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겠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오 차관을 만난 다음날 본인은 자청해서 오 차관을 통해 아무개씨를 만났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분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를 통해서 오 차관으로 하여금 내게 이런 청탁을 하게 되었는가고. 그분은 오 차관과 똑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차기 문화부장관으로 내정되어 있는 정동채 의원에게 부탁을 했고 정 의원은 본인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오 차관을 시켜서 본인에게 이같은 청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정 의원에게는 누가 청탁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분의 대답은 평소 정 의원과 교분이 두터운 자기 남편인 서프라이즈의 대표 서영석씨가 청탁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이 본인이 며칠 전 겪은 일의 전말입니다.

본인은 위에 거명한 어느 누구와도 친분이 없습니다. 더구나 성균관대학교는 정부 여당의 산하기관도 아닙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스스럼없이 청탁을 해대는 판이면 그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기관, 단체의 인사는 어떻게 주물러 왔을까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정동채 의원, 서영석씨 같은 분의 위상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이럴진대 그 아래로 내려가면 어떠할까는 불을 보듯 훤하지 않습니까?

물론 참여정부 안에는 강직하고 정직한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그런 분들의 빛이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본인은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본인과 몇차례의 업무상 만남밖에 없었던 오지철 차관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습니다. 심부름을 한 죄밖에 없는 그분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못하지만 이번 일을 그냥 덮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본인의 글을 읽고 청와대에서 숙고하신 뒤에 적절한 회신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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