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40대女 전화사기 속아 전재산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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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이스피싱에 당했다. 또 중국인 전화금융사기단이다. 이번엔 부산에 사는 40대 여성이 평생 모은 8000여만원을 전화 한 통에 한꺼번에 날렸다. 사기 수법은 똑같고, 거의 매일 피해 사례가 알려지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피해자가 나온다.
피해자가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이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고, 피해액이 대부분 전 재산이라서 더욱 안타깝다.

15일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에 사는 백모(49·여) 씨는 지난 3월 2일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여성으로부터 신용카드를 신청한 사실이 있는 지 문의하는 전화를 받았다.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 여성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위험하니 보안장치를 해 예금을 보호해 주겠다고 했다.

그 여성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한 남자가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면서 "국가에서 관리하는 계좌로 예금을 보호해 주겠으니 계좌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백 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적금까지 해약해 8600만원을 송금했다.

백씨는 전화금융사기단에 속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나 통장에서 이미 돈이 빠져나간 뒤였다. 8600만원은 백씨가 남편과 사별하고 집도 자식도 없이 회사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모은 전재산이었다.

경찰은 돈이 인출된 은행 주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폐쇄회로TV(CCTV) 화면 등을 분석해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왕모(27), 왕모(25·여) 씨 등 중국인 2명을 체포하고,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한 이모(35) 씨 등 3명도 검거했다.

경찰은 2006년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면서 현금을 인출해 다른 중국인 송금책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왕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 씨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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