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지구촌 뜬별·진별…덩샤오핑·다이애나·테레사는 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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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 한해도 세계사의 무대에는 많은 인물들이 새로 떠오르고 사라졌다.

우선 2월 중앙일보의 세계적 특종인 덩샤오핑 (鄧小平) 의 사망소식은 전세계를 충격속에 몰아넣었다.

12억 중국인의 '황제' 로 군림했던 그의 죽음은 중국에 혼란이 일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계자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권력장악에 성공한데다 홍콩반환 및 대미.대러시아 정상외교를 매끄럽게 마무리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켰다.

지난 9월에는 인도 캘커타에서 반세기동안 '사랑의 선교회' 를 운영, 빈민들을 돌봐온 성녀 (聖女) 테레사 수녀가 "서로 사랑하십시오" 라는 유언을 남긴채 세상을 등졌다.

또 지난 81년 전세계의 축복속에 영국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 다이애나는 신데렐라 같은 삶, 불륜.이혼으로 점철된 생애를 지난 8월 뜻밖의 교통사고로 마감, '비운의 여인' 이 됐다.

◇ 떠오른 인물 =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5, 6월 총선에서 진보가 보수를 몰아냈다.

영국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18년만에 정권교체를 일궈냈다.

그는 '영국의 클린턴' 이라 불리며 93%라는 경이적인 인기도를 구가중이다.

프랑스에서도 리오넬 조스팽이 이끄는 사회당이 좌파정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총리가 된 그는 사회복지 예산 삭감 등 '소신 정치' 로 일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조스피노마니아' (조스팽 광신주의) 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다.

이란에서도 8월 알리 아크바르 나데그누리 국회의장에 압승, 대통령에 오른 모하메드 하타미가 '이란의 고르바초프' 라 불리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무력으로 정적 (政敵) 을 축출한 인물도 여럿이다.

캄보디아의 훈센 제2총리는 지난 7월 쿠데타를 통해 제1총리인 노로돔 라나리드를 축출하고 캄보디아의 1인자로 떠올랐다.

오랜 내전 끝에 지난 5월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 자이르 대통령을 몰아낸 로랑 카빌라는 국명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바꾸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웃 콩고에선 드니 사수 응궤소 전대통령이 지난 10월 내전끝에 파수칼 리수바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재장악했다.

7월 홍콩 주권의 중국반환으로 홍콩의 초대 행정장관에 오른 둥젠화 (董建華) 도 빼놓을 수 없는 올해 '뜬 별' 중의 한명이다.

러시아에서는 37세의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부상중이며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는 아시아 통화위기로 국제경제의 총아로 떠올랐다.

여성중에는 10월 아일랜드 대선에서 당선된 메리 매컬리스, 뉴질랜드사상 첫 여성총리가 된 제니 시플리가 있다.

◇ 사라진 인물 = 올해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 인물들은 선거에서 패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5월 영국총선의 패장 (敗將) 존 메이저 전 총리는 선거직후 36세의 윌리엄 헤이그에게 보수당 당수직을 넘겨줘야 하는 비운을 맛봐야 했다.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몽골 대통령이 5월 열린 대통령 직선에서 공산당의 후신인 인민혁명당의 나차긴 바가반디에게 패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도 쇼맨십으로 유명한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이 친인척의 정치개입과 각종 부패, 기행 (奇行) 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취임 7개월 만인 지난 2월 의회로부터 탄핵받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밖에 미국의 유명한 팝가수 존 덴버, 미국 사교계의 여왕으로 프랑스주재 대사를 지냈던 파멜라 해리먼 여사, 세계바둑대회의 큰 후원자였던 대만실업가 잉창치 (應昌期) , 50년대 영화계를 풍미했던 로버트 미첨과 제임스 스튜어트 등이 올해 모두 사망, 전 세계인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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