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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M&A 고용승계 당연하다…직업안정위해 필수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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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업 인수.합병때 인수회사는 근로자를 고용승계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고용관계는 물질자산처럼 함부로 취급돼선 안된다는 근로자측 입장에 대해 경영자측은 자유로운 고용조정을 막는 것은 현 경제위기 극복이나 다수 근로자 보호에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중앙노동위원회 (이하 중노위) 는 창원특수강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창원특수강이 삼미특수강의 2개 공장을 인수하면서 자산매매계약이란 형식을 취하고 고용승계를 배제하는 특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 고용승계 의무가 있는 영업양도" 라고 판정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의 양도란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일체, 즉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이전하는 것으로서 인적조직인 근로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그 매각대상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한 물질적.비물질적 영업수단 일체를 이전한 영업양도인 이상 삼미특수강 노동자의 고용승계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고용승계 배제의 특약을 체결했다 해도 그것이 사실상 영업양도에 해당할 경우 특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중노위 결정은 경영부실로 초래되고 있는 기업의 빈번한 M&A 속에서 근로관계는 '사업' 의 불가분의 요소며 해고제한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도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이고, 특약에 의한 고용승계 배제가 유효하려면 근로기준법 제30조 1항의 소정의 정당한 해고이유가 있어야 유효하다고 할 것이며, 영업양도 자체만을 사유로 삼아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 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이같은 중노위나 대법원의 입장은 고용관계가 노동자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요, 인간다운 삶의 기반으로 기업의 자산과 같이 함부로 취급돼선 안된다는 법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경영이 어렵다 해도 사용자간 특약으로 마음대로 고용승계를 배제하는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사업.사업장 또는 사업장의 일부가 다른 소유자에게 이전되는 경우 노동자 고용과 노동조합을 보호하고, 특히 노동자의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 민법 제613조a, 유럽공동체 지침 77/187호) . 그동안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들이 경영부실 책임을 펀법적인 부당한 정리해고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구태의연한 관행이 계속돼 왔다.

또 자산매매계약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고용승계 배제의 특약을 맺음으로써 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를 정당화하고 기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려는 편법적 수단을 동원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중노위 결정을 계기로 기업은 방만한 부실경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먼저 자숙하고, 더 이상의 법률적 다툼과 노동탄압을 중지하는 한편 성실한 협의와 교섭으로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고회피를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고용조정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이번 결정을 수용해 기업의 M&A때 고용승계 원칙을 분명히 확립해 사용자의 무분별한 정리해고로부터 노동자를 최대한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정부.사용자의 노력과 함께 한국노총은 지난 2일 구성한 '한국노총 경제고용안정대책위원회' 를 본격 가동함으로써 전국 1천3백만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생존권 사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남순<한국노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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