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 금융권,연내 외환사정 공방… "12억달러 남는다" - "한참 모자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협약에서 나온 '연말 외환보유고 1백12억달러' 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이를 가용기준으로 보면 20억달러라며 연말까지 외환사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문제를 따져본다.

◇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1백12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순국제자산 (NIR)' 은 한국은행의 '총외화자산' 에서 '총외화부채' 를 뺀 금액으로 외환보유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재경원은 특히 이것도 관리 '원칙' 일 뿐 어떤 '목표치' 를 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멕시코에 대한 자금지원때 자금이 당초 목적과 달리 기업쪽으로 유출됐던 것을 경험한 IMF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IMF자금은 유동성 조절과 외환보유고 적립에만 사용하도록 명시했다는 것이다.

결국 IMF자금 용도에 대한 원칙만 지키면 NIR는 의무조항이 아니란 설명이다.

한편 재경원은 현재의 외환보유액에 앞으로 들어올 것을 합치면 연말까지 필요한 결제금액을 채우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즉,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외채가 1백63억달러인데 반해 올해안에 확보가능한 외환은 1백75억달러 이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현재 가용가능한 외환보유고 1백억달러에 18일로 예정된 IMF 2차 지원분 35억달러, 23일의 아시아개발은행 (ADB) 차관 20억달러, 26일 이후 세계은행 (IBRD) 차관 20억달러를 합치면 그렇다는 얘기다.

여기에 주식.채권시장으로 들어올 돈을 감안하면 외환은 더 늘어난다.

재경원은 또 조기상환을 요구당한 중장기 채무는 이미 11월중에 거의 다 상환돼 추가적인 상환요구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계산상으론 연말에 적어도 12억달러 이상의 외환이 여유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상렬 기자

◇ 외환시장에선 IMF와 합의사항이 의무목표가 아니란 점을 인정하더라도 정부 생각은 너무 안이하다고 본다.

우선 연말까지 갚아야 할 대외부채, 정부 집계에서 빠진 결제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경원은 장단기 외채의 중도상환 요구가 11월중 거의 끝났다고 말하나 조기상환 요구는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산업은행도 지난 6월 발행한 1년짜리 외화표시어음 (CP) 3억5천만달러에 대해 6개월만에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와 꼼짝없이 물어줬다.

또 국내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외화표시어음이나 채권의 만기연장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재경원은 만기 도래 외채의 절반정도는 롤오버가 무난하다고 낙관했다.

결국 재경원이 파악하고 있는 단기외채에다 추가로 조기상환을 요구당한 외채만큼 외화자금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그런데 최근 신용평가기관의 잇따른 등급 강등으로 국내금융기관이 자력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혔다고 금융계는 평가한다.

여기에다 집계에서 빠진 증권사의 외국인 수익증권 환급금, 국내 모기업이 물어줘야 할 현지법인 차입금 등을 합치면 연말까지 필요한 외화자금은 더욱 늘어난다.

외환시장에선 올 연말을 넘기기 위해선 적어도 2백억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가 연내에 들어올 것으로 잡은 IBRD자금은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다.

결국 재경원과 한은은 들어올 돈은 넉넉하게 잡고, 갚아야 할 돈은 거꾸로 최소한으로 잡아 외환수급 대책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