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퇴근 5 ~ 10% 늘면 서울 교통난 해소할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자전거가 대중교통 수단의 5~10%만 맡아 준다면 서울은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국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중앙일보종합연구원(원장 곽재원)이 주최한 ‘제6회 동북아 에너지 포럼’의 발제자로 초빙돼 이같이 말했다. 본사 1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럼에서 그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성공하려면’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학계·연구기관 전문가들과 두 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발제문과 토론 요지.

◆김 위원장 발제문=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의 한 축은 환경이고, 또 다른 한 축은 경제다. 이 두 가지를 따로 떼놓고 녹색성장을 말하기는 어렵다. 예전에는 경제개발을 하면 환경이 파괴됐지만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환경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 녹색성장 정책의 큰 줄기는 CO2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경제성장 동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시대는 산업근대화에서 생태근대화로 문명사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생태근대화 이론이 주목받는 것은 에너지 위기가 심각하고 CO2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저이산화탄소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CO2는 적게 발생한다. 또 에너지 안보도 강화되고 기후 변화의 대응에도 용이하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허시만의 ‘숨은 손의 원리’를 비유로 말하자면 대체에너지에 대한 평가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그에 지불되는 비용에 대해선 평가를 유보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의 가치를 살릴 수 있다. 녹색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의식이 바로서야 한다. 대기오염 문제를 말하면 구름 잡는 얘기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이다. 대구의 식수인 낙동강에서 다이옥신이 가끔 나와 수도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에너지·기후대책 같은 문제도 우리 사회의 ‘초우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를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사용을 적극화할 것이다. 에너지 사용량이 백열전등의 10%밖에 안 된다. 이를 위한 펀드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교통 혼잡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청 앞 교통난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쌍방적 공해다. 자전거가 대도시 교통의 5~10%를 담당하면 도시의 교통난 해소가 가능하다. 기업의 호응도 중요하다.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EU 등에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동참을 위해 항공 마일리지처럼 ‘저이산화탄소 마일리지’를 만들어 인센티브를 줘야 할지 모른다.

사회=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 부처들의 발표, 대국민 설명회, 각종 이벤트 등이 한 바퀴 순회한 느낌이다. 이제는 실행에 바로 나서야 할 때 아닌가.

김태유=우리의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전략이 미국 등 선진국의 정책과는 다르게 출발해야 한다. 정책 목표가 경제위기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효과를 내야 한다. 우리가 들어갈 여지가 있는지, 성장 동력화가 가능한지를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김형국=우리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97%로 에너지 문제의 절박성이 심각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인 투자다. 태양광은 독일 큐셀이 최고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

류지철=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봐야 한다. 에너지 수급, 기술 개발, 기후변화 협약이다. 기술 개발 측면만 놓고 봤을 때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 무차별적 논의보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덴마크 풍력과 한국 풍력이 다르고, 서울의 신재생에너지 조건과 전라도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화석 연료가 80%를 차지한다.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박창규=부처마다 녹색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공통분모를 찾고 우선순위를 매겨 추진할 수 있도록 ‘최고사령탑’이 있어야겠다. 원자력에서 다자 간 국제공조로 풀어간 것처럼 새로운 기구의 설치를 제안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G20 산하에 ‘그린 테크놀로지 연구센터(가칭)’를 설립해 국제 공조에 기여했으면 한다.

김창섭=국민이 녹색성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일부 공무원과 환경연합 관련자들만이 아는 얘기 같다. 국민 인식을 바꿔야 성공하는 사업인데 지금은 산업정책 같은 인상만 준다. 국민이 참여할 아이템이 필요하다. 예컨대 저효율 기기 같은 것을 바꿔나가는 작은 운동부터 펼쳐나가야 한다.

박우규=기업·과학자가 협력할 수 있는 공조의 장이 필요하다. 기술이 있어도 상용화 시장이 없으면 기술은 죽고 만다. 인센티브 제도를 정부에서 만들어 주면 기업은 지금껏 개발된 기술로 상용화를 빠르게 이룰 수 있다.

김형국=정부도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ED 펀드 등도 그런 측면에서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연혜=에너지의 절약이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기관사의 운전 습관 변화만으로 30%의 에너지 절약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에너지 절약 국민 교육이 필요하다.

김호철=에너지 시스템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녹색 테크놀로지를 개발·보급·수출하는 것이 진화의 초점이라 생각한다. 기술정책의 진화에는 일할 수 있는 지게꾼이 필요하다. 산·학·연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도록 하면서 동력을 부여해 주면 좋겠다.

권원순=과거 정부는 IT정책을 펼치며 휴대전화·인터넷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녹색산업이라는 신산업 창출이 성공하려면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매력적인 아이템 개발이 중요하다.

이봉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