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4m 무게 4t, 거대 초인상의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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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서울 시청앞 광장 한복판에 높이 4m 짜리 거대한 사람 조각상이 서 있다. 황금알을 들고 막 일어서려는 듯한 포즈를 하고 있는 이 조각상의 이름은 '희망의 초인상'. 시민들의 삶을 예술로 표현하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도시갤러리’의 일환으로 환경조각가인 김석 시립대 교수가 제작한 작품이다.

초인상이 처음 등장하던 당시에는 앙상한 철골 뼈대만 있었다. 그러나 이후 시민들의 소망을 적은 돌이 하나씩 채워지면서 지금은 3000여개의 돌이 이 안에 들어 있다. 무게는 무려 4t 에 달한다. 시민들의 소망이 적힌 초록색 메모판들도 철골에 함께 걸려 있어 수천 명의 땀과 소망이 깃들어 있는 조각상인 셈이다. 돌멩이가 하나씩 채워지는 작품의 완성 과정이 시민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희망의 초인상'은 이달 25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전시된 뒤 해체됐다가 오는 10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올림픽'에 다시 조립돼 등장할 예정이다. 4t 짜리 거대한 조각상을 어디로 어떻게 치울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 박문호 문화디자인팀장은 "제작자측인 서울시립대학교 안의 모처에 조각상이 보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각상 전체가 옮겨지지는 않는다. 돌들은 따로 꺼내 다른 곳에서 보관될 예정이다. 우선 거대 초인상의 뼈대를 해체하는 작업이 먼저다. 철골 안에 들어 있는 돌부터 꺼내야 하는데 아래쪽에 문처럼 만들어져 있는 철골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문을 열어 돌들을 꺼낸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뼈대를 해체한다.

그렇다면 3000여 개의 돌은 어디에 보관될까. 우선은 한꺼번에 모아 서울 인근으로 옮겨가는 방안이 고려중이라고 한다. 조각상 전시에 참여한 김연주 큐레이터는 "현재 장소가 마땅치 않아 서울 근교 쪽에 위치한 작업장을 위주로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초인상이 들고 있는 매끈한 황금알은 '진짜' 황금은 아니다. 안에는 스티로폼으로 채워져 있으며 외장을 황금색으로 도색했다.

거대한 철골을 분해하고 수천 개의 돌을 나르는 작업에 대해 김 큐레이터는 "8~9명의 조각가들이 와서 철골을 해체할 것"이라면서 "돌들도 하나씩 트럭으로 차근차근 나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전시된 이후의 이 초인상의 '운명'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글·사진=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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