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그룹 전계열사 매각…절박한 '모기업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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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재계 31위인 극동건설그룹이 동서증권등 9개 전 계열사를 매각, 사실상 그룹을 해체키로 한 것은 모기업인 극동건설만이라도 살리겠다는 절박한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인원감축, 임금동결및 삭감, 부분적인 계열사 매각 등 소극적인 감량 경영만으로는 설립된지 50년이 된 극동건설 (도급순위 26위) 마저도 위험할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다른 그룹들이 계열사 매각, 임금동결 등 각종 자구책을 잇따라 내놓자 극동건설 직원들 사이에 '우리는 무얼하고 있나' 며 자구노력을 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 경영진은 직원들의 이런 분위기를 고려, 지난 9일 오후 6시 비상경영대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극동이 초감량 자구대책을 내놓게 된 것은 86년 국제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동서증권과 국제종합건설 (도급순위 81위) 의 경영악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모기업인 극동건설은 그동안 계속 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동서증권은 94년까지만 해도 연간 4백억~5백억원정도의 흑자를 내다 95년이후 연속 2년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공황으로 여느 증권사처럼 콜자금 차입이 어려워져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있다.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토목.아파트사업을 주로 해온 국제종합건설도 몇년째 계속돼온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심한 자금난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사측은 경영사정이 더욱 나빠져 아예 손을 쓸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가지를 모두 잘라내 예전처럼 건설전문회사로 거듭나는 길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고 있는 부동산이 홍수를 이루고 있어 극동의 처분대상 부동산이 쉽게 팔릴지 의문시된다.

매각대상 계열사도 요즘 인기없는 금융관련회사가 5곳이나 돼 극동측의 자구노력이 조기에 실효를 거둘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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