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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EU·일본 경제단체장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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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윌리엄 오벌린 암참 회장, 프란스 햄프신크 EUCCK 회장, 다카스기 노부야 재팬클럽 회장(왼쪽부터)이 하반기 경기 및 외국인 투자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윌리엄 오벌린 회장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프란스 햄프신크 회장, 재팬클럽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회장은 29일 본지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청 좌담회에서 "내수 회복이 하반기 주한 외국기업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라고 밝혔다. 좌담회를 지상 중계한다.

-내수 위축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어떻게 보는가.

▶햄프신크=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이 놀랍다. 내수가 지금 하락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신용카드 문제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돈을 무분별하게 쓰는 대신 위기상황에 대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신용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면 소비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본다. 한국 내수시장만 보면 위축되고 있는 것 같지만 전 세계가 비슷한 경기 침체를 겪었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오벌린=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다. 중요한 것은 기업 및 소비자들의 자신감이다. 사람들은 돈을 쓸 수 있는 타이밍과 여건이 주어져도 자신감이 없어서 돈을 안 쓰고 있다.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예측을 해 놓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긍정적으로 시각을 바꾸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다카스기=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1분기 중 한국이 가장 안 좋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 침체는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최근 경기를 회복하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CAD(China, America, Digital)'가 성장 동력이 됐다. 중국 및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디지털 제품이 성공을 거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힘은 경기 침체 기간에 자본을 모으고 지식을 축적하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마다 글로벌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외자 유치에서 중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장.단점은.

▶햄프신크=중국은 12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지녔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 구매에서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명품의 구매력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많은 유럽 기업이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 동유럽 시장에 뛰어들어 어떤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봐야 한다. 한국 소비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을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땅'으로 봐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많은 투자 기회를 만들라고 충고하고 싶다.

▶오벌린=투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공략 가능성과 시장 규모다. 많은 외국 투자가 인구가 많은 중국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잠재력도 여전하다. 최근 GM이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확대하고 한국을 중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경쟁하려 하지 말고 틈새 전략을 써야 한다. GM의 투자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 기존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이 재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 점을 홍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카스기=우리는 지난해 한국 정부에 삼성.LG 등 대기업이 일본의 큰 기업들과 제휴를 맺도록 주선하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일본 기업과 제휴를 맺었고, 이에 따라 일본 협력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규모가 작더라도 내실있는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에 장애는.

▶오벌린=한국에 대한 인식이 큰 문제다. CNN 같은 미국 TV에서는 한국의 파업 모습만 비추고 있다. 이 같은 인상이 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사실 한국 기업의 노조 비율은 12%밖에 되지 않고 이는 미국과 비슷하다. 작고 전투적인 노조의 활동이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카스기=한국에 대한 이미지의 문제라는 데 동감한다. 한국의 강점은 더 부각하고 약한 이미지는 강한 이미지로 바꾸고 안 좋은 이미지는 없애자는 내용을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한국의 강점은 R&D와 제조업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약한 이미지는 제품의 품질이고 이는 더 발전시켜 좋은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는 노조에 대한 인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햄프신크=파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미지가 문제다. 한국의 노조는 외국 노조에 비해 매우 공격적이고 요구사항이 너무 높다. 이런 높은 요구를 모두 들어 주려면 한국서 사업하기가 곤란하다. 이 같은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게 참여정부의 시급한 과제다.

-R&D센터를 유치하려면.

▶오벌린=한국이 연구개발(R&D)센터 유치에 집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전통적인 R&D 개념을 바꿔야 한다. 보잉도 종합 R&D센터가 있지만 부문별 연구개발은 각 지역에서 더 많이 한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연결해 많은 R&D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IT와 다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부문별 R&D센터 유치에 주력해야 한다.

▶햄프신크=한국은 R&D를 유치할 수 있는 적당한 업종을 개발해야 한다. IT.물류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가 있다. 여기에서 한국이 외국 기업들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다카스기=R&D 투자에서는 교육이 잘된 노동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은 좋지 않다. 정부가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통찰력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최지영 외국기업팀장, 정리=홍주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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