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책에 대한 재계반응…종금사 추가정지에 중견기업마저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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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 대책대로 금융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10일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해 재계는 "그간 정부대책은 발표 따로, 시행 따로였다" 며 "방향은 좋으나 제대로 지켜질지가 의문" 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5개 종금사를 업무정지시키면서 이들 종금사의 기업대출분은 만기를 연장하고 은행들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기업어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지만 이런 조치들은 은행과 종금사가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재무담당자들은 "은행이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맞춰 자기부터 살아남으려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기업어음을 얼마나 사줄지 의문" 이라며 은행들이 대출여력을 갖도록 연.기금을 지원해주는등 후속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또 업무정지 종금사의 예금을 동결하되 이를 담보로 은행등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과 관련, "하루가 급한데 예금인출하듯 신속히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는 분위기다.

특히 업무정지된 종금사가 모두 서울 소재 종금사라는 점에서 자금력이 약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연쇄도산사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 은행과 종금사들이 CP매입을 거부하고 대출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특별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30개 종금사중 14개가 업무정지를 당하며 나머지 종금사들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도 문제다.

김세진 (金世振)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실장은 "미국.스웨덴처럼 정리금융기관을 한시적으로 신설해 종금사가 해 온 예금.대출업무를 일괄승계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며 "업무정지에서 제외된 종금사에 대해선 예금인출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주장했다.

종금사들의 외화 빚도 문제인만큼 IMF구제금융 스케줄을 앞당겨 차관을 조기도입하거나 들여온 차관을 ===한은 외환보유고 늘리는데 넣지말고 ===금융기관에 푸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대책관련 논평을 통해 "금융구조조정으로 야기되고 있는 공황심리 조기 진화가 급선무" 라며 "기업에 대한 대출금 조기회수 자제, 만기어음 상환연장등 통해 기업 숨통을 터줘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한화.동국제강.성원그룹등 업무정지된 종금사의 모기업들은 긴급대책회의를 갖는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들 그룹은 "계열 종금사에서 대출받은 돈이 아예 없거나 규모가 크지않아 큰 문제는 없다" 면서도 이미지.대외신용 추락등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중앙종금 대주주인 동국제강은 "우리는 30대그룹중 가장 부채비율이 낮은 그룹중 하나로 지난 12년 중앙종금을 비롯한 종금사로부터 대출해본 적이 없다" 며 "오히려 지난주 중앙종금에 3백억원 지원을 했었다" 고 말했다.

한화종금 대주주인 한화그룹은 "한화 계열사들이 한화종금에서빌린 대출금 총액은 1천2백50억원으로 그룹 전체 자금조달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 이라고 강조했다.

성원그룹은 계열사인 대한종금의 영업정지에 대해 "그룹 경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며 신동방그룹과의 공동경영 추진에도 차질이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그룹은 계열 종금사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증자.합병.자산매각등 자구노력도 추진키로 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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