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넣느니 직접투자” … 요즘 개미들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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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의 질주와 고객예탁금의 부활. 최근 주식시장 상승의 이면에 나타난 두 가지 특징이다. 코스닥은 코스피에 가려, 고객예탁금은 주식형 펀드에 가려 그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움츠러들었던 투자심리가 조금씩 풀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코스닥의 질주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객예탁금의 부활에는 ‘반 토막 펀드’에 대한 불신감이 반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관은 코스닥 기웃=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은 전통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들까지 코스닥을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달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에서 사들인 주식은 1851억원어치로 개인투자자(530억원)의 3배가 넘는다. 발광다이오드(LED)·풍력발전·바이오 등 이른바 ‘정책 수혜주’들이 그 중심에 있다. 덕분에 코스닥지수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갔다.

13일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3.97포인트(2.83%) 오르며 507.23으로 마감했다. 지수가 500선을 웃돈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더구나 최근 코스닥 상승률은 코스피를 압도하고 있다.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인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지수는 10.94%, 코스닥지수는 20.36% 각각 상승했다.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코스피를 움직일 만한 ‘큰 자금’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경기에 민감한 코스피의 대형주가 상승 추세를 이어가려면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확신이 없으니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스닥에 들어가 수익률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은 직접투자 나서=고객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였다. 그러다 직접투자 대신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그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최근 고객예탁금이 급증세를 보이며 증시 관계자들이 눈여겨보는 지표로 다시 떠올랐다. 9일 기준으로 1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주식형 펀드로는 좀처럼 돈이 들어가지 않고 있다. 해외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주 오히려 돈이 빠져나갔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펀드에 돈을 넣는 대신 직접투자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변심’에는 이유가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증시가 바닥권이라 직접 종목을 고르더라도 큰 위험이 없기 때문”이라 고 말했다. 펀드를 운용하는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감의 표출이란 지적도 나온다. SK증권 안정균 연구원은 “증시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지난해 ‘반 토막 펀드’로 입은 투자자들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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