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달력 품귀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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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달력 하나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 부산시중구동광동 K갈비 업주 崔모 (47.여) 씨는 음식점 장사 10년만에 종업원들이나 단골 손님들에게까지 "달력 좀 구해 달라" 고 부탁할 정도로 새해달력 품귀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주류 업체.은행.보험회사등 10여곳에서 경쟁적으로 갖다 주더니 올해는 기껏 2부밖에 되지 않네요. " 부산시중구남포동 K횟집 업주 金모 (53) 씨도 "음식점용으로 인기있는 소주.맥주회사 달력을 해마다 5부가량 걸었으나 올해는 새해달력을 아직 하나도 얻지 못했다" 며 "술도매상에 몇차례 전화도 해 봤지만 '구하기 어렵다' 는 말만 들었다" 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새해달력 품귀현상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연말 경비절감의 대표적인 타깃이 된 때문.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 창구나 백화점 매장등에서 말만하면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특별히 부탁해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 현대해상보험의 경우 부산.경남.울산지역 대리점에 지난해 무료로 10부씩 나눠 주었으나 올해는 1부로 줄였다.

그래서 대리점이나 설계사들은 개인 돈으로 10여부씩 구입 (1부에 1천1백원) 해 고객들에게 나눠 주고 있을 정도. 크라운맥주 마산공장에서는 올해 마산.창원지역에 배부할 달력을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1만1천부 (업소용 7천,가정용 4천부) 밖에 배당받지 못해 담당직원들이 "달력을 더 보내 달라" 는 업소나 도매상들의 전화받기를 꺼리고 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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