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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선일씨 큰누나 '눈물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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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선일아, 내동생아. 착한 내동생아. 이제 네가 정말 우리 곁을 떠나는구나. 영영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내 가슴이 갈갈이 찢기는 것 같다.

사슴처럼 맑고 아름다운 선일이의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네가 이라크로 떠날때 환하게 웃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는구나. 무너진 우리들의 가슴은 무엇으로 달래나.

네가 이라크로 선교간다고 했을 때 말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하지만 네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 같아 붙잡을 수가 없었다. 네가 진정 가고자 했던 선교의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너의 가는 길을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이제 정말 떠난다고 생각하니 내 가슴에 한이 많이 남는다. 해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는데….

일전에 집에 왔을 때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에 김치를 많이 해주지 못한 것이 정말 가슴이 시리다.

입고 싶어하는 옷이라도 많이 사주고 싶었는데. 네가 가끔 집에서 끊여준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너는 라면을 참 잘 끊였는데. 누나는 한번만이라도 더 네가 만들어주는 라면을 먹고 싶구나.

하지만 지금은 다 허사가 되버렸구나. 선일아, 누나가 못해준 것 많지만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누나는 지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그나마 국민들의 끊임없는 위로가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단다.

나이 많으신 분들, 멀리서 오신 분들, 휠체어를 타고 오신 장애인분들, 초등학생들…. 모두 너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한단다. 국민들은 "열심히 살아온 한 청년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꿈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어이없이 희생당했다며 자기일처럼 분통해 했다. 선일아, 초등생 조문객 눈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나쁜 짓도 하지않은 형이 왜 죽었느냐"고.

이 말에 누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렸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사슴같은 내동생이 왜'라는 물음만 머리속에 맴돌뿐이구나.

선일아 잘가거라. 너무도 순수했고 아름답던 내동생아. 갈등과 미움이 없는,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비통함은 다 떨쳐버리고 사랑의 메시지만 남기고 가거라. 증오는 버리고 환한 너의 미소만 남기고 가거라. 선일아 정말 보고 싶다. 잘가거라. 너는 언제나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다. 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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