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自社주식 싸게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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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부터 근로자가 언제든지 시가(時價)보다 싼값으로 우리사주를 살 수 있는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가 도입된다.

근로자가 할인된 가격으로 우리사주를 사고 옵션(권리)을 행사할 시점에 주가가 올랐을 경우 팔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우리사주제도는 시가로 배정받으므로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근로자가 손해를 보지만 새로 도입되는 스톡옵션형은 할인가격으로 배정되므로 그럴 위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노사정위원회(김금수 위원장)는 30일 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올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스톡옵션형 우리사주 제도는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근로자가 우리사주를 취득할 때 시가보다 얼마나 할인할 것인지는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가 협의해 결정한다. 현재까지 주총 결의 때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사회 결의 때는 10% 이내에서 2년 이내에 시가의 일정 비율을 할인해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현재 비상장.비등록 법인에만 인정되고 있는 '차입형 우리사주 제도'를 상장.등록법인에도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노사정위는 우리사주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 금융 및 세제지원 방안을 강구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예컨대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 도입에 따라 회사가 조합원에게 자사 주식을 싼값에 매각할 때 법인세를 손비로 인정하거나, 퇴직근로자가 우리사주 조합에 주식을 양도한 경우 일정 요건 하에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노사정위의 우리사주 제도 활성화 방안은 근로자의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노사관계의 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밖에 노동부는 해당 기업 근로자만 우리사주 조합에 가입할 수 있던 자격기준을 비상장.비등록의 자.손자회사 근로자에게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합원 수 94만9000여명(우리사주 취득가액 2조8066억원) 정도인 국내 우리사주 규모는 내년 이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사주제도=근로자가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하는 제도.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돕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루자는 취지다. 지금은 등록법인의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할 때 20% 범위 내에서 우선 배정한다.

◇스톡옵션형.차입형 우리사주=스톡옵션형은 전 조합원이 할인된 가격으로 회사에서 우리사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제도다. 차입형은 우리사주조합이 회사 또는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구입하고, 회사의 출연금 등으로 갚도록 하는 것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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