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무서워" 이틀 만에 선수 눈빛 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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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집훈련 이틀째인 30일 훈련 도중 본프레레 감독이 선수들에게 직접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파주=연합]

거스 히딩크→움베르투 코엘류→요하네스 본프레레.

2002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세 외국인 사령탑의 지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를까. 세 사람 모두 유럽에서 선수를 거쳐 지도자에 입문, 추구하는 축구 유형은 비슷하다. 빠르고 강한 압박축구다. 하지만 훈련 방식이나 문화에의 접근, 언론에 대한 태도 등 각론은 다르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30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계속된 이틀째 훈련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색채가 짙게 묻어 나왔다. 전날 부임 첫 훈련에서 선수들을 녹초로 만든 그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훈련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오후 미니게임에 이어진 슈팅 연습. 지친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자 "다섯 번 더하는데 잘못하면 전력질주를 시키겠다"고 고함쳤다. 전례가 없는 '얼차려'경고였다. 긴장한 선수들의 패스와 슈팅은 다시 정확해졌다.

첫날 일부 선수는 허리에 팔을 짚고 비딱하게 서서 감독 말을 들었다. 둘째날에는 어림없었다. 이틀째 지옥훈련에 선수들의 눈빛에는 독기가 느껴졌다. 쉴 때는 쉬고, 할 때는 하는 '히딩크 스타일'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실전 같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진을 뺐지만 대회 중에도 과감하게 휴일을 줬다. 본프레레 감독도 훈련시간 외에는 자유방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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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도 꼭 히딩크다. 코엘류 전 감독 때는 운동장에서 고함이 터져나온 적이 거의 없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달래듯 훈련시키는 게 코엘류였다. 지적사항도 코치를 통해 전했다. 그러나 본프레레는 선수를 소리쳐 부른 뒤 고칠 때까지 면박을 줬다.

그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는 냉랭하다. 그 점에선 코엘류와 비슷하다. 지난달 29일 첫 훈련 직후 인터뷰를 요청하자 "또?"하면서 사절했다. 그는 지난 1주일간 공항 입국 때와 계약서에 서명한 뒤 두 번 인터뷰에 응했었다. 인터뷰 요청이 없으면 공연히 취재진 앞을 서성거리던 히딩크와는 영 딴판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접근도 제각각이다. 히딩크는 한국 문화에 다가서기보다 오히려 선수들을 자신의 방식에 맞추도록 했다. 그라운드에서 후배에게 선배 이름을 부르게 했던 것이 한 예다. 반면 코엘류는 입국하자마자 한국음식.한국어를 배워가며 선수들에게 다가서려 했다. 아직 초기지만 본프레레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세 감독. 그러나 생각 없이 공을 차는 건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똑같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요구하고, 연습도 실전처럼 하라고 주문한다. 지향하는 목표는 '기본기에 충실한 창의적 축구'다.

파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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