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쌍용자동차 인수 배경과 파장…'IMF 표적' 초스피드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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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서막 (序幕) 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 이후 산업 전반에 몰아닥친 회오리바람이 1차적 동인 (動因) 이다.

그중 자동차는 산업 구조조정의 첫 타겟으로 꼽혀왔다.

IMF나 외국 메이커들이 자동차의 공급과잉을 지적한데다 국내 업체도 분초 (分秒) 를 다툴만큼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의 쌍용차 인수배경과 전망등을 알아본다.

◇ 인수 왜 서둘렀나 = 쌍용자동차 처리가 먼저 결말이 나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돼 있었다.

쌍용그룹이 3조4천억원에 달하는 쌍용자동차의 부채 때문에 휘청거리는 형편인 것이다.

쌍용측의 '이상 無'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룹이 견딜수 없을 지경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심지어 화의신청설 같은 악성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이때문에 인수과정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발표 이전에 해야할 피인수기업에 대한 실사, 구체적인 경영계획 수립등 주요 내용조차 추후로 미룬 '선 (先) 인수 - 후 (後) 실사' 형식을 취했다.

쌍용으로서는 골치아픈 혹을 떼낸 셈이다.

양 그룹 회장이 이달 5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합의안을 통보한후 8일 채권 금융기관의 인수조건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 정부및 금융기관들도 쌍용자동차 처리를 발등의 불로 보았기 때문에 대우로서는 좋은 조건으로 타결된 것이다. 대우측은 쌍용자동차 인수가 "자의만은 아님" 을 분명히 하고 있어 금융단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 업계구도 전망 =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현재의 자동차산업 구도를 허물면서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올 전망이다.

쌍용 인수로 인해 기아와 삼성자동차의 앞날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는 기아를 제치고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종합자동차 메이커로 한단계 뛰어올랐다.

무쏘등 지프차종, 이스타나등 승합차, 대형차 체어맨등을 한꺼번에 인수해 차종 라인업을 보완함으로써 대우의 활동영역은 한층 넓어졌다.

이로 인해 현대.대우.기아등 완성차 3강 체제는 무너졌다.

일단 현재로서는 현대.대우가 1, 2위를 다투며 장래가 불투명한 기아가 뒤를 쫓는 2강1중 체제가 된 것이다.

이 구도는 유동적일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삼성과 기아가 하나로 묶어지는 상황이 온다면 다시 3강 체제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 경우 ▶현대 ▶대우 ▶삼성+기아의 새로운 3강 체제가 만들어진다.

◇ 대우 인수능력 어떤가 = 2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인수한데 대해 대우내에서도 의아해하는 시선이 적지않다.

지금처럼 경제와 자금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의 부채를 너무 많이 짊어지는게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대우측은 두 그룹과 금융기관간의 합의내용이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대우는 앞으로 10년간 인수부채에 대한 이자만으로 월 1백억원이상 내야 한다.

거기다 금융권은 대우에 대해 운영자금으로 1천6백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물론 유예기간 10년이 지나면 2조원의 부채를 일시불로 갚아야하는 부담은 남아있다.

대우측은 해외마케팅 능력을 총동원해 쌍용차의 수출을 최대한 늘림으로써 부채를 차츰 갚아나간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거기에 벤츠와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추가로 벤츠의 자금을 들여올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재계는 특히 굴지의 그룹들조차 경영비전이 몹시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우가 빚더미 회사를 새로 떠안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우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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