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권 의식한 정치 장관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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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여곡절 끝에 3부 장관이 교체됐다. 말이 나온 지 두달 만이다. 이번 개각은 순전히 정치인만을 위한 것이란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열린우리당의 대권 주자군에 속한 두 사람과 3선 국회의원 한 사람을 입각시키기 위한 개각을 굳이 강행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형식적.시기적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에도 이해찬 총리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개각을 밀어붙였다.

노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경험이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정동영 전 당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향한 발언으로 비친다. 바로 그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두 사람이 장관직을 대권으로 가는 훈련과정이나 징검다리쯤으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두 사람은 통일부 장관직을 놓고 힘겨루기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맡은 부서는 막중하고도 민감한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 곳이다. 남북문제의 비중은 설명이 필요 없고, 보건복지정책 역시 각종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난제로 가득하다. 결코 한눈을 팔아선 안 되는 자리다. 만약 장관직을 개인의 야망에 따라 정치적 계산으로, 인기영합적으로 수행하려 한다면 국가적 불행을 부를 수 있다. 사심을 버리고 장관직 본연의 업무에만 혼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그러한 자세야말로 더 큰 정치적 목표를 향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문화관광부 장관 교체에 대해서도 뒷얘기가 무성하다. 엄청난 숫자의 문광부 산하단체를 장악할 정치적 필요성을 느껴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동채 의원을 기용했다는 말도 있다. 또 정부 쪽에 정 장관을, 국회 문광위원장에 김원웅 의원을 배치해 보수신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들려온다. 그 같은 정권적.정치적 목적의 개각이 아니길 바란다.

이번 개각으로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해 50대가 현 정권의 핵심세력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이들의 개성과 창의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