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인물]노벨상작가 이탈리아 다리오 포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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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차가운 통찰력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우리 시대의 광대. ' 숱한 화제 속에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극작가 다리오 포 (71)가 7일 노벨상 수상 특별강연에서 거침없는 풍자정신으로 또한번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스웨덴 한림원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강연은 시작 전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강당 입구에서 연설 원고를 받아든 참석자들은 원고의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고의 글이라곤 "도발…우리 시대의 무지" 라는 뜻모를 이탈리아어가 전부. 나머지는 돼지 등 동물과 유전자 조작 중인 사람들의 모습 등 25장의 현란하고 괴상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강단에 오른 포는 "나의 친구들은 올해 광대에게 노벨상을 수여키로 용기를 낸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들이 노벨상 수상감이라고 주장한다" 고 말문을 열었다.

뒤이어진 그의 강연은 그림으로 채워진 원고를 한장씩 넘겨가며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고향 마을에 대한 애틋한 정감과 정치적 억압에 대한 분노,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의 존엄성 손상 등의 주제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격한 단어와 열정적 몸짓으로 채워나갔다.

그의 강연은 한편의 연극과도 같았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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